'회사채 98% 내년 만기'라는 말에 속지 않으려면

"회사채 대부분이 내년 만기"라는 문장을 보면 그 회사 빚 전체가 내년에 몰려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삼성전자 2024년 말 공시는 이 착각을 보여 주기 좋은 예다. 사채만 보면 97.6%가 2025년에 돌아온다. 차입금 전체로 넓히면 79.6%, 금융부채 전체의 현금 지급 기준으로 보면 86.0%다. 세 숫자 모두 맞다. 무엇을 모아서 나눴느냐가 다를 뿐이다.

사채 97.6%의 정체

사채 만기표를 보면 전체 상환액 6,100억원 가운데 5,954억원이 2025년에 몰려 있다. 그런데 이 중 5,880억원이 한 건이다. 자회사 Harman International Industries가 발행한 4억달러 사채로, 만기가 2025년 5월 15일이다. 결국 "삼성전자 사채 대부분이 내년 만기"라는 말은 하만 사채 한 건 얘기에 가깝다.

규모로 보면 더 분명하다. 1년 안에 갚을 차입금과 사채가 15조3,798억원인데 그중 사채는 5,960억원, 4%도 안 된다. 사채 쪽 집중도가 높아도 회사 전체 단기 상환 부담을 좌우하는 건 사채가 아니다.

차입금 전체로 넓히면

차입금 전체로 넓히면 · 표 1
구성 유동 부분 비유동 부분 합계
단기차입금 13,172,504 0 13,172,504
은행 장기차입금 510,756 6,537 517,293
리스부채 1,100,526 3,929,323 5,029,849
사채 596,008 14,530 610,538
합계 15,379,794 3,950,390 19,330,184

단위는 백만원이다. 차입금과 사채, 리스부채를 합치면 19조3,302억원이고 그중 유동 부분이 80%다. 단기차입금 13조1,725억원이 혼자서 전체의 68%를 차지한다. 이 회사의 단기 부담은 사채가 아니라 단기차입금에서 나온다.

주석의 유동성장기차입금 안에 은행 차입과 리스가 섞여 있어서 둘을 나눠 적었다. 이렇게 합친 19조3,302억원은 현금흐름 주석의 재무활동 부채 기말 합계와 정확히 맞는다.

만기표를 펼쳐 보면

만기표를 펼쳐 보면 · 표 2
공시된 상환·지급 구간 은행 장기차입금 리스 사채
2025년 510,756 1,304,227 595,350
2026년 1,770 1,047,520 7,350
2027년 1,953 828,443 7,350
2028년 1,106 642,638 해당 표에 별도 구간 없음
2029년 이후 1,708 1,969,015 해당 표에 별도 구간 없음
공시표 합계 517,293 5,791,843 610,050
2025년 비중 98.74% 22.52% 97.59%

은행 장기차입금과 사채는 거의 전부 2025년에 몰려 있다. 리스는 2025년 비중이 23%로 고르게 퍼져 있다.

리스 쪽에 재미있는 차이가 있다. 장부상 리스부채는 5조298억원인데 만기표의 지급액 합계는 5조7,918억원이다. 7,620억원이 더 많다. 장부금액은 앞으로 낼 돈을 현재가치로 할인한 금액이고, 만기표는 할인하지 않은 실제 지급액이라 원래 맞을 필요가 없다. 2025년만 봐도 실제 지급 예정액이 장부상 유동 리스부채보다 2,037억원 많다. 1년 자금계획을 세울 때 장부상 유동 리스부채만 넣으면 나갈 돈을 덜 잡게 된다.

금융부채 전체로 넓히면

금융부채 전체로 넓히면 · 표 3
잔여 만기 2023년 말 2024년 말
3개월 이내 43,302,421 55,955,211
3개월 초과~6개월 589,743 1,369,038
6개월 초과~1년 1,529,785 1,890,467
1~5년 7,811,246 7,659,645
5년 초과 2,337,792 1,993,483
합계 55,570,987 68,867,844
1년 이내 합계 45,421,949 59,214,716
1년 이내 비중 81.74% 85.98%

재무위험 주석의 금융부채 미할인 현금흐름이다. 총액이 68조원으로 차입금보다 크다. 매입채무처럼 이자가 없는 영업성 채무까지 들어가기 때문이다. 1년 이내 비중은 86%, 그중 3개월 안에 나갈 돈만 81%다. 이 표 전체를 "채권자에게 갚을 빚"이라고 부르면 안 된다.

만기 집중도를 볼 때

97.6%, 79.6%, 86.0%. 어느 숫자도 틀리지 않았다. 사채 한 종류의 만기표를 회사 빚 전체로 넓혀 읽거나, 장부금액과 실제 지급액을 섞을 때 해석이 틀어진다.

만기 집중도라는 말을 보면 "어떤 빚을 모은 숫자인가"부터 확인하는 편이 낫다. 이 질문 하나로 삼성전자의 '내년 만기 98%'가 사실상 하만 사채 한 건 얘기라는 게 드러난다.

사업보고서에서 직접 찾으려면

이런 함정을 피하려면 사업보고서에서 세 군데를 순서대로 펴 보면 된다. 먼저 재무상태표에서 단기차입금, 유동성장기부채, 장기차입금, 사채, 리스부채 줄을 찾아 더한다. 이자가 붙는 빚 전체의 크기가 나온다. 다음은 차입금과 사채 주석의 상품별 만기표다. 어느 종류의 빚이 언제 돌아오는지가 여기 있다. 마지막으로 재무위험관리 주석의 유동성위험 표를 본다. 이자와 영업성 채무까지 넣어 실제로 언제 얼마의 현금이 나가는지가 나온다.

세 곳의 합계가 서로 다르다고 당황할 필요는 없다. 장부금액, 명목 원금, 할인 전 지급액이 각각 다른 기준이라서다. 삼성전자는 차입금 합계가 19조3천억원, 유동성위험 표의 금융부채가 68조9천억원으로 세 배 넘게 차이가 났다.

어떤 숫자를 인용할지는 질문에 따라 고르면 된다. "빚을 얼마나 졌나"는 재무상태표, "언제 갚아야 하나"는 상품별 만기표, "1년 안에 현금이 얼마나 나가나"는 유동성위험 표가 맞다. 기사에서 만기 집중도를 볼 때 어느 표에서 나온 숫자인지 밝히지 않았다면 직접 찾아보는 게 안전하다. 표 하나를 더 펴는 데 드는 수고에 비해 얻는 게 훨씬 많다.

출처

원문 링크

목차
  1. 사채 97.6%의 정체
  2. 차입금 전체로 넓히면
  3. 만기표를 펼쳐 보면
  4. 금융부채 전체로 넓히면
  5. 만기 집중도를 볼 때
  6. 사업보고서에서 직접 찾으려면
  7.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