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약정 문제는 채권단 동의로 해소됐다." 이런 문장을 보면 회사의 재무비율이 다시 기준 안으로 들어왔다고 생각하기 쉽다. 롯데케미칼의 2025년 말 재무제표 주석은 다르게 말한다. 약정 의무의 유예는 받았지만, 같은 주석에서 회사는 비율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분명히 적었다. 유예가 끝나는 달도 계약마다 다르다.
자료는 2026년 4월 회사가 낸 증권신고서에 실린 2025년 말 연결재무제표 주석이다.
두 개의 계약
롯데케미칼에는 이 주석에 나오는 재무약정이 두 묶음 있다. 하나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인수할 때 받은 인수금융, 다른 하나는 인도네시아 사업과 관련해 롯데케미칼이 보증인으로 선 약정이다.
| 계약군 | 공시된 주요 비율 조건 | 유예된 것으로 공시된 항목 | 유예 종료월 |
|---|---|---|---|
| 인수금융 | 순금융부채/EBITDA 400% 이하, EBITDA/이자비용 5배 이상 | 위 두 비율 유지 의무 | 2027년 12월 |
| 인도네시아 관련 보증인 | 순부채/자본 120% 이하, 순부채/EBITDA 4배 이하, EBITDA/이자비용 5배 이상, 유형순자산 4.5조원 이상 | 레버리지 4배와 이자보상 5배 관련 의무 | 2027년 6월 |
두 계약 모두 2025년 11월에 대주단 동의를 요청했다. 같은 달에 요청했는데 유예가 끝나는 달은 6개월 차이가 난다. 인도네시아 쪽이 먼저 끝난다.
인도네시아 약정에는 조건이 네 가지 있는데 공시가 유예됐다고 밝힌 건 레버리지와 이자보상 두 가지뿐이다. 순부채/자본 120%나 유형순자산 4조5천억원 조건까지 유예됐다고 넓혀 읽으면 안 된다.
'부채비율'이 두 개다
인수금융 주석은 순금융부채/EBITDA를 '부채비율'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흔히 아는 부채총계/자본총계와는 전혀 다른 산식이다. 계약서 안에서 붙인 이름일 뿐이다. 약정 공시를 읽을 때 가장 먼저 걸러야 할 함정이 이런 이름 겹침이라고 생각한다. "롯데케미칼 부채비율 기준 미달"이라는 문장을 보고 재무상태표의 부채비율을 떠올리면 엉뚱한 해석이 나온다.
400%는 이 산식에서 4배라는 뜻이다. 인도네시아 약정의 순부채/EBITDA 4배와 숫자는 같지만, 순금융부채와 '차입금−현금'의 범위나 EBITDA 조정 항목이 같은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인수금융 약정은 1,400억원 줄었다
|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금융, 백만원 | 금액 |
|---|---|
| 2024년 말 공시 약정 금액 | 950,000 |
| 2025년 말 공시 약정 금액 | 810,000 |
| 직접 계산한 감소액 | 140,000 |
| 직접 계산한 감소율 | 14.7368% |
인수금융 약정 금액은 9,500억원에서 8,100억원으로 15% 줄었다. 롯데케미칼 전체 차입금이 아니라 이 인수금융 한 건의 변화다. 현금으로 갚아서 줄었는지는 주석만으로 알 수 없다.
재무약정이 왜 무거운가
재무약정은 돈을 빌려준 쪽이 "이 비율만큼은 지켜 달라"고 계약서에 넣는 조건이다. 이자보상배율이 몇 배 이상, 부채 대비 EBITDA가 몇 배 이하 같은 식이다. 이 조건을 어기면 계약에 따라 대출을 바로 갚으라는 요구, 즉 기한이익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한 계약에서 그런 일이 생기면 다른 계약에도 영향을 주는 교차 조항이 들어 있는 경우도 많다.
약정 미충족은 회사 신용에서 꽤 무거운 사건이다. 채권단이 유예를 해 줬다는 건 당장 그런 연쇄를 막아 준 것이다. 유예에는 보통 금리 인상이나 추가 담보 같은 대가가 따르는데, 이번 주석에는 그 내용이 자세히 나와 있지 않다.
투자자가 확인할 방법은 간단하다. 분기마다 나오는 보고서의 차입금 주석에서 '약정'이나 '재무비율'이라는 단어를 찾으면 된다. 미충족 문장이 사라지면 비율이 회복된 것이고, 유예 기간이 연장됐다는 문장이 나오면 문제가 아직 남아 있다는 뜻이다. 롯데케미칼처럼 계약마다 종료 시점이 다르면 가장 먼저 끝나는 것부터 챙기는 게 순서다.
유예 기간 동안 회사가 무엇을 하는지도 볼 만하다. 자산을 팔아 빚을 줄이는지, 투자를 줄여 현금을 모으는지, 이익을 늘릴 계획을 내놓는지. 2027년까지 남은 시간은 그런 조치들이 숫자로 나타나기에 아주 길지는 않다. 그래서 분기마다 공시를 따라가는 의미가 있다.
유예는 회복이 아니다
유예를 받았다는 건 지금 당장 약정 위반으로 문제 삼지 않겠다는 채권단의 동의다. 비율이 좋아졌다는 뜻이 아니다. 실제로 원문은 인수금융에 대해 "당기말 상황으로 평가하면 관련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비율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적었고, 인도네시아 약정도 미충족을 설명한다. 미충족 진술과 유예 취득이 같은 주석에 나란히 있다.
그렇다고 당장 빚을 다 갚으라는 요구가 들어온다는 뜻도 아니다. 유예 기간 동안은 시간이 있다. 문제는 그 시간 안에 이자보상 5배를 회복할 수 있느냐다.
이 회사의 약정 문제는 해결된 게 아니라 미뤄진 것이다. 나는 두 날짜 중 2027년 6월을 더 주의 깊게 볼 것 같다. 먼저 끝나는 쪽이 비율 회복의 첫 시험대가 되고, 그 결과가 12월 인수금융 쪽 협상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그 무렵 나오는 분기·반기보고서의 약정 주석을 다시 열어 보면 답이 나와 있을 것이다.
출처
- 공시 원문 · KIND 문서번호 20260422001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