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설정액이 장부금액보다 크면 더 못 빌리는 걸까

포스코퓨처엠 2023년 말 유형자산 주석에는 담보로 잡힌 토지·건물·기계장치가 나온다. 장부금액은 2,134억원, 담보설정액은 2,836억원이다. 빼 보면 -702억원. 담보로 잡힌 자산보다 설정액이 더 크니 더 이상 담보로 돈을 빌릴 여력이 없다고 말하고 싶어진다.

담보 공시를 처음 봤을 때 나도 이 뺄셈을 해 봤다. 마이너스가 나오면 뭔가 큰 걸 발견한 기분이 든다. 그런데 이 뺄셈은 성격이 다른 두 숫자를 맞붙인 것이다.

담보권자별 숫자

담보권자별 숫자 · 표 1
담보권자 장부금액, 천원 설정액, 천원 설정액/장부금액
한국산업은행 87,549,264 154,000,000 175.9010%
한국수출입은행 125,807,075 129,600,000 103.0149%
합계 213,356,339 283,600,000 132.9232%

담보권자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고 설정 목적은 시설자금이다. 산업은행 쪽은 설정액이 장부금액의 1.76배, 수출입은행 쪽은 1.03배로 차이가 크다. 전체로는 1.33배다.

순서가 엇갈리는 점도 눈에 띈다. 담보로 잡힌 자산은 수출입은행 쪽이 1,258억원으로 산업은행 쪽 875억원보다 크다. 그런데 설정액은 산업은행이 1,540억원으로 수출입은행 1,296억원보다 많다. 더 작은 자산에 더 큰 설정이 걸려 있는 셈이다.

두 숫자 모두 생각하는 그 숫자가 아니다

장부금액은 취득원가에서 감가상각을 뺀 회계상 금액이다. 은행이 담보 가치로 인정하는 감정가도, 시장에서 팔리는 가격도 아니다. 오래된 공장 땅은 장부금액보다 시가가 훨씬 높을 수 있고, 특수한 기계장치는 반대일 수 있다.

설정액도 실제로 빌린 돈이 아니다. 은행이 대출 원금에 이자와 비용까지 감안해 원금보다 높게 설정액을 잡는 경우가 흔하다. 다만 이 주석은 설정액이 원금의 몇 배인지 밝히지 않는다. 실제 대출 잔액은 차입금 주석에서 따로 봐야 하는데, 같은 은행과 여러 계약이 있을 수 있어서 이 담보가 어느 대출에 붙어 있는지 정확히 짝짓기는 어렵다.

그러니 "장부금액−설정액=-702억원"은 산수로는 맞지만 '대출 여력'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는 없다. 반대로 장부금액이 설정액보다 큰 회사라고 그 차액만큼 더 빌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분모가 바뀌면

장부금액 대신 그보다 낮은 가치를 분모로 쓰면 비율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봤다. 실제 감정가가 아니라 가정이다.

분모가 바뀌면 · 표 2
비교 분모 가정 분모 금액, 천원 설정액/가정 분모
장부금액의 100% 213,356,339 132.9232%
장부금액의 80% 170,685,071.2 166.1540%
장부금액의 60% 128,013,803.4 221.5386%

설정액은 그대로인데 분모만 바꿔도 133%가 222%까지 움직인다. 담보 비율 하나로 위험을 판단하려면 분모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담보 공시가 알려 주는 것

이 표만으로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공장 자산 2,134억원어치가 이미 누군가에게 묶여 있다는 사실까지다. 추가로 얼마를 빌릴 수 있는지는 담보 인정가치, 권리 순위, 약정 조건을 봐야 알 수 있다.

하나 덧붙이면, 이 자산들은 공장을 돌리는 데 쓰는 것들이다. 담보자산 장부금액을 현금처럼 더해 유동성을 계산하면 실제보다 좋아 보인다. 공장 설비는 급하다고 팔 수 있는 자산이 아니다.

담보 표에서 건질 수 있는 것

담보 표가 대출 여력을 알려 주지는 않지만 쓸모 있는 정보는 있다. 담보권자 이름부터가 그렇다. 포스코퓨처엠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두 정책금융기관에 공장 자산을 담보로 내줬다. 시설자금이라는 목적과 같이 보면 정책금융기관에서 장기 시설자금을 빌렸을 가능성이 크다.

묶인 자산의 종류도 의미가 있다. 토지와 건물, 기계장치가 담보로 잡혀 있으면 급할 때 그 공장을 팔아 현금을 마련하기가 더 어렵다. 담보권자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년 표와 나란히 놓으면 흐름도 보인다. 설정액이 늘었다면 담보를 잡고 새로 빌렸을 가능성이, 줄었다면 대출을 갚아 담보가 풀렸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글은 2023년 말 한 시점만 봤으니 이 흐름은 다음에 따라가 볼 몫이다.

결국 담보 공시는 "얼마를 더 빌릴 수 있나"보다 "어떤 자산이 누구에게 묶여 있나"를 알려 주는 표로 읽는 게 맞다. 전체 자산 가운데 담보로 잡힌 비중이 커질수록 위기 때 쓸 수 있는 선택지가 줄어든다. 담보자산 장부금액 2,134억원이 회사 전체 유형자산에서 얼마를 차지하는지는 유형자산 주석과 함께 보면 계산할 수 있다.

다른 회사의 담보 공시를 볼 때도 같은 질문을 던지면 된다. 누구에게, 무엇이, 얼마만큼 잡혀 있나. 설정액이 장부금액보다 크게 높은 담보권자가 있다면 그 금융기관과의 거래 규모가 크다는 뜻일 수 있으니 차입금 주석에서 같은 이름을 찾아보면 좋다. 정확한 짝을 맞추지는 못하더라도 어느 금융기관에 얼마나 기대고 있는지 감을 잡는 데는 충분하다. 포스코퓨처엠의 경우 산업은행 쪽 비율이 176%로 두드러졌다는 점이 그런 확인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출처

원문 링크

목차
  1. 담보권자별 숫자
  2. 두 숫자 모두 생각하는 그 숫자가 아니다
  3. 분모가 바뀌면
  4. 담보 공시가 알려 주는 것
  5. 담보 표에서 건질 수 있는 것
  6.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