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상반기 LG전자는 총자산, 유동자산, 현금이 모두 늘었다. 유동비율도 조금 올랐다. 그런데 재고를 빼고 계산한 비율과 현금비율은 오히려 내려갔다. 늘어난 유동자산의 절반 넘게가 재고였기 때문이다.
반년 동안의 변화
| 항목 | 2020년 말 | 2021년 6월 말 | 증감 |
|---|---|---|---|
| 총자산 | 48,204,227 | 50,666,883 | +2,462,656 |
| 유동자산 | 23,239,420 | 24,807,374 | +1,567,954 |
| 재고자산 | 7,447,157 | 8,327,487 | +880,330 |
| 현금및현금성자산 | 5,896,309 | 6,186,301 | +289,992 |
| 유동부채 | 20,207,492 | 21,399,003 | +1,191,511 |
단위는 백만원이고, 제20기 반기 연결 검토보고서에서 가져왔다. 유동자산이 1조5,680억원 늘었는데 그중 재고가 8,803억원으로 56%를 차지한다. 현금은 2,90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유동부채도 1조1,915억원 늘었다.
세 비율이 가리키는 방향
| 연구 지표 | 2020년 말 | 2021년 6월 말 | 변화, %포인트 |
|---|---|---|---|
| 유동비율: 유동자산÷유동부채 | 115.0040% | 115.9277% | +0.9237 |
| 당좌 대용비율: (유동자산−재고)÷유동부채 | 78.1505% | 77.0124% | -1.1381 |
| 현금비율: 현금성자산÷유동부채 | 29.1788% | 28.9093% | -0.2695 |
유동비율은 0.9%포인트 올랐다. 재고를 뺀 비율은 1.1%포인트, 현금비율은 0.3%포인트 내려갔다. 여기서 '당좌 대용비율'은 유동자산에서 재고만 뺀 간단한 버전이다.
재고를 뺀 유동자산은 4.4%, 현금은 4.9% 늘었는데 유동부채는 5.9% 늘었다. 분자도 늘었지만 분모가 더 빨리 커졌다. 유동비율만 오른 건 재고가 그 차이를 메워 줬기 때문이다.
"LG전자 유동성이 좋아졌다"도, "나빠졌다"도 한쪽만 본 말이다. 재고를 단기 대응 자원으로 쳐 주느냐에 따라 결론이 갈린다.
재고는 현금이 아니다
재고가 쓸모없는 자산이라는 건 아니다. 팔고 대금을 받으면 현금이 된다. 하지만 팔리는 데 시간이 걸리고, 급하게 팔면 제값을 못 받을 수도 있다. 이미 통장에 있는 현금과 같은 무게로 단기 부채를 상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유동자산에서 재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32.0%에서 33.6%로 올랐다. 유동비율과 당좌 대용비율의 간격도 36.9%포인트에서 38.9%포인트로 벌어졌다. 그 간격이 곧 재고가 유동비율에 보태 주는 몫이다.
2021년 상반기는 공급망이 불안해서 많은 제조사가 부품과 제품 재고를 일부러 늘리던 때였다. LG전자 재고 증가도 그런 맥락일 가능성이 있다. 판매 부진 때문인지, 전략적으로 쌓은 건지는 이 표만으로 가를 수 없다.
유동비율을 볼 때
유동비율이 좋아졌다는 말을 들으면 재고 비중부터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현금이 늘어서 좋아진 유동비율과 재고가 늘어서 좋아진 유동비율은 무게가 다르다. 계산도 어렵지 않다. 재무상태표에서 재고 한 줄만 빼고 다시 나누면 된다.
유동비율 116%는 낮은 편일까
유동비율은 흔히 100%를 넘으면 단기 부채를 유동자산으로 덮을 수 있다고 본다. LG전자의 116%는 그 선은 넘지만 여유가 크지는 않다. 재고를 빼면 77%로 100%에 못 미친다. 이 숫자만 보면 아슬아슬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대형 제조업체는 유동비율이 그렇게 높지 않은 경우가 많다. 매출이 꾸준히 들어오고 은행 신용한도도 넉넉한 편이라 현금을 많이 쌓아 둘 필요가 적다. 매입채무가 크다는 것도 이유다. 부품을 사고 대금을 몇 달 뒤에 주는 구조라 유동부채가 크게 잡히는데, 이건 거래처에 대한 협상력을 보여 주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유동비율은 절대 수준보다 같은 회사의 추세, 같은 업종 회사와의 비교로 보는 게 더 의미 있다. LG전자는 2020년 말에서 2021년 6월 말 사이 유동비율이 거의 그대로였고, 재고를 뺀 비율과 현금비율은 조금 내려갔다. 어느 쪽도 1%포인트 안팎의 작은 움직임이라 유동성이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말할 수준은 아니다. 이 글에서 보고 싶었던 건 크기보다 방향이 갈렸다는 사실과 그 원인이 재고였다는 점이다.
같은 방식으로 몇 년 치를 이어 보면 재고가 유동비율을 끌어올리는 해가 반복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반복된다면 그 회사의 유동비율은 늘 조금 할인해서 볼 필요가 있다.
재고를 뺀 비율이 늘 더 정확한 것도 아니다. 재고가 빨리 팔리는 회사라면 재고는 현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자산이다. 반대로 매출채권 회수가 느린 회사라면 재고를 뺀 비율조차 실제 대응력을 과대평가할 수 있다. 결국 유동비율, 재고를 뺀 비율, 현금비율 세 가지를 함께 놓고, 각 자산이 얼마나 빨리 현금이 되는지를 따로 확인하는 게 가장 확실하다. 그 속도를 보여 주는 게 회전일수다. 이 사이트의 다른 글에서 다룬 매출채권 회전일수와 재고 회전일수를 같이 보면 유동비율 하나로는 보이지 않던 부분이 꽤 선명해진다. 재고가 유동자산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LG전자 같은 회사라면 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