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부채만 보면 환율 위험은 부풀려진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달러 빚이 많은 회사가 손해를 본다. 그래서 외화부채에 10%를 곱해 "환율 10% 오르면 이만큼 손실"이라고 계산하곤 한다. 그런데 그 회사가 달러 자산이나 유로 자산도 갖고 있다면 그 계산은 반쪽이다.

DL의 2023년 말 외화부채는 1조3,481억원이다. 10%를 곱하면 1,348억원. 회사가 공시한 실제 민감도는 931억원이다. 부채만 본 계산이 45% 크다.

통화별 자산과 부채

통화별 자산과 부채 · 표 1
표시 통화 구분 2023년 자산 2023년 부채 자산−부채 2022년 자산−부채
USD 222,991 1,273,270 -1,050,279 -1,079,548
EUR 74,497 26,708 +47,789 +54,665
기타 119,448 48,073 +71,375 +32,279
합계 416,936 1,348,051 -931,115 -992,604

DL 2023년 연결감사보고서의 환율변동위험 표다. 단위는 원화 백만원이다. USD 행의 1,273,270은 달러 금액이 아니라 이미 원화로 바꾼 금액이다. 여기에 환율을 또 곱하는 실수를 종종 보게 되는데, 이런 표에서 가장 흔한 실수다.

달러는 부채가 자산보다 많다. 하지만 유로와 기타 통화는 자산이 더 많다. 전체 순노출은 부채 1조3,481억원이 아니라 9,311억원이다.

회사 공시와 맞춰 보면

회사 공시와 맞춰 보면 · 표 2
통화 구분 순노출×10%, 백만원 회사 공시 손익 영향, 백만원
USD -105,027.9 -105,028
EUR +4,778.9 +4,779
기타 +7,137.5 +7,137
합계 -93,111.5 -93,112

통화별 순노출에 10%를 곱하면 회사가 공시한 민감도와 반올림 범위에서 똑같다. 환율이 10% 오르면 세전 손익이 931억원 줄어드는 구조다.

부채만 곱한 1,348억원과의 차이 417억원은 외화자산 합계의 10%와 거의 같다. 자산 쪽 효과를 통째로 빼먹으면 딱 그만큼 부풀려진다. 부채 쪽 부담만 알고 싶다면 1,348억원도 맞는 계산이다. 문제는 그걸 '회사 손익 영향'이라고 부를 때 생긴다.

빚은 늘었는데 위험은 줄었다

2022년 공시 민감도는 993억원이었다. 2023년엔 931억원으로 6% 줄었다. 그 사이 달러 부채는 1조2,259억원에서 1조2,733억원으로 늘었다. 빚이 늘었는데 위험이 줄어든 이유는 달러 자산이 1,464억원에서 2,230억원으로 더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기타 통화 순자산도 두 배 넘게 커졌다.

"외화부채 증가로 환율 위험 확대" 같은 문장은 이런 경우 정반대 결론을 낸다.

한 가지 더

달러 순부채 1조503억원은 전체 순부채 9,311억원보다 크다. 비율로 113%다. 100%가 넘는 게 이상해 보이지만 유로와 기타 통화의 순자산이 달러 쪽을 일부 상쇄했기 때문이다.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섞이면 한 부분의 기여율이 100%를 넘을 수 있다.

물론 이 민감도는 모든 통화가 똑같이 10% 움직인다는 단순한 가정 위에 있다. 회사는 파생상품으로 환위험을 관리한다고 했는데 그 효과는 이 표에 다 들어 있지 않다. 그리고 달러 자산과 달러 부채가 같은 날 같은 법인에서 서로를 상쇄해 준다는 보장도 없다.

그래도 방향은 분명하다. 환율 위험을 볼 때 외화부채 숫자만 보면 과장되기 쉽다. 외화자산을 같이 놓고 순노출을 봐야 실제로 어느 쪽으로 얼마나 흔들리는지 보인다. 다행히 대부분의 회사가 감사보고서에 이 민감도를 직접 공시한다.

10%는 큰 충격일까

민감도 표의 10%는 계산하기 편해서 쓰는 숫자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가정은 아니다. 원·달러 환율은 1년 안에 10% 넘게 오르내리는 경우가 드물지 않고, 2022년처럼 원화가 크게 약해진 해도 있었다. 그러니 DL의 931억원은 "몇 년에 한 번쯤은 실제로 겪을 수 있는 크기" 정도로 보면 된다.

이 금액을 회사 이익과 나란히 놓으면 감이 더 온다. 931억원이 그해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의 몇 %인지 계산하면 환율이 실적에 얼마나 큰 변수인지 알 수 있다. 영업이익이 수천억원 규모라면 환율 10%가 이익의 상당 부분을 흔들 수 있고, 수조원이라면 상대적으로 작은 변수다. 이 글에서는 DL의 손익 숫자를 가져오지 않았으니, 같은 감사보고서의 손익계산서를 함께 펴 보면 된다.

하나 더 기억할 점은 이 민감도가 장부에 이미 잡힌 외화 자산과 부채만 다룬다는 것이다. 수출 회사라면 환율이 오를 때 앞으로 받을 매출 대금이 원화로 늘어나는데, 아직 장부에 없는 거래라 이 표에 들어가지 않는다. 원재료를 수입하는 회사는 반대로 원가가 오른다. 환율이 회사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이 표보다 넓다. 재무위험관리 주석의 민감도는 그중 장부에 잡힌 부분만 보여 준다.

환율 민감도는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를 알려 주는 첫 번째 지도다. 방향은 순노출의 부호로, 크기는 회사 이익과의 비율로 보면 된다. DL은 2023년 말 기준으로 원화가 약해지면 손해를 보는 쪽이었다.

출처

원문 링크

목차
  1. 통화별 자산과 부채
  2. 회사 공시와 맞춰 보면
  3. 빚은 늘었는데 위험은 줄었다
  4. 한 가지 더
  5. 10%는 큰 충격일까
  6.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