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은 2023년 12월 28일 워크아웃(공동관리절차)을 신청했다. 그 시점 재무상태표의 자본은 -4,402억원, 완전 자본잠식이었다. 1년 뒤 2024년 말 자본은 +5,272억원이 됐고 감사의견은 '적정'이 나왔다.
여기까지 들으면 위기가 끝난 것 같다. 그런데 같은 사업보고서의 감사의견 요약표에는 '계속기업 관련 중요한 불확실성' 칸에 O 표시가 그대로 남아 있다. 좋아진 숫자와 여전히 붙어 있는 조건을 나눠서 봤다.
1년 동안 있었던 일
| 날짜 | 확인한 내용 | 직전 표본 사건 이후 일수 |
|---|---|---|
| 2023-12-28 | 공동관리절차 개시 신청을 위한 이사회 결의 및 신청 | — |
| 2024-01-11 |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에서 개시 가결 | 14일 |
| 2024-04-30 | 제3차 협의회의 기업개선계획 등 의결 | 110일 |
| 2024-05-30 | 기업개선계획 이행을 위한 약정 체결 | 30일 |
| 2024-12-31 | 후속 결산 관측 시점 | 215일 |
신청에서 개시까지 2주, 기업개선계획 의결까지 다시 석 달 반이 걸렸다. 중간에 2월 23일 제2차 협의회도 있었다. 개선계획에는 상환유예, 감자, 출자전환, 신종자본증권 전환, 자산매각이 들어 있다.
숫자는 확실히 좋아졌다
| 항목 | 2023년 말 비교금액 | 2024년 말 | 단위 |
|---|---|---|---|
| 자산총계 | 4,640,488,559,862 | 4,323,923,757,006 | 원 |
| 부채총계 | 5,080,708,761,456 | 3,796,724,785,337 | 원 |
| 자본총계 | -440,220,201,594 | 527,198,971,669 | 원 |
| 유동자산 | 2,241,268,819,819 | 2,195,061,005,399 | 원 |
| 유동부채 | 4,414,397,329,194 | 2,499,973,532,470 | 원 |
| 현금및현금성자산 | 224,569,253,923 | 344,674,696,792 | 원 |
자본이 1년 새 9,674억원 좋아졌다. 자산은 3,166억원 줄었는데 부채가 1조2,840억원 줄었다. 자산이 줄면서 자본이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채가 크게 줄었다는 뜻이다. 출자전환처럼 빚이 주식으로 바뀐 몫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단기 부담도 많이 줄었다.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넘어서는 금액이 2조1,731억원에서 3,049억원으로 줄었다.
| 직접 계산한 지표 | 2023년 말 | 2024년 말 |
|---|---|---|
| 유동비율 | 50.7718% | 87.8034% |
| 유동자산−유동부채 | -2,173,128,509,375원 | -304,912,527,071원 |
| 부채총계÷자본총계 | 양의 자본을 전제로 한 비교에 부적합 | 720.1692% |
그래도 가볍게 볼 숫자는 아니다
유동비율은 51%에서 88%로 올랐지만 아직 100%에 못 미친다. 1년 안에 갚을 부채가 1년 안에 현금이 될 자산보다 여전히 많다. 공사대금이 들어오는 일정이나 추가 지원에 따라 실제 부족액은 달라지겠지만, 자본이 플러스가 됐다고 단기 자금 문제까지 풀렸다고 하기는 어렵다.
부채비율은 720%다. 2023년 말은 자본이 마이너스라 계산 자체가 의미가 없었으니 비교할 대상은 없다. 그래도 부채가 자본의 7배가 넘는다는 건 건설업 기준으로도 무거운 숫자다.
'적정'과 '불확실성'이 같이 있는 이유
2024년 연결과 별도 감사의견은 모두 적정이다. 동시에 연결 주석에는 회사의 존속이 자금조달계획을 포함한 경영개선계획과 자구계획의 이행, 건설용역 제공 등에 달려 있어 중요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적혀 있다.
이 조합이 모순처럼 보일 수 있다. 감사의견 '적정'은 재무제표가 회계기준에 맞게 작성됐다는 뜻이다. 회사가 앞으로 계속 굴러갈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은 별도로 붙는다. 태영건설의 2024년 보고서는 "숫자는 제대로 적었고, 다만 앞날에는 조건이 붙어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이 보고서의 핵심은 자본이 플러스가 됐다는 사실보다 그 불확실성 문구가 아직 남아 있다는 쪽이다. 적정의견, 자본잠식 해소, 상장 유지, 워크아웃 종료는 각각 따로 확인해야 하는 사건이고, 하나가 나머지를 대신 증명해 주지는 않는다.
1년 뒤의 태영건설
2025년 사업보고서가 나오면 나는 감사의견 요약표의 '계속기업 관련 중요한 불확실성' 칸부터 볼 것이다. O 표시가 빠졌다면 감사인이 회사의 존속에 대한 큰 의문이 풀렸다고 판단한 것이고, 그게 이 회사가 위기를 넘겼다는 가장 분명한 신호다.
그 칸이 그대로라면 숫자 쪽에서 이유를 찾아야 한다. 2024년 말 88%였던 유동비율이 100%를 넘었는지, 720%였던 부채비율이 얼마나 내려왔는지가 우선이다. 다만 자본이 플러스가 된 건 대부분 빚을 주식으로 바꾼 덕이었고, 그런 조치는 한 번 하고 나면 끝이다. 그 뒤로는 회사가 공사를 해서 실제로 현금을 벌어야 남은 빚을 갚을 수 있다. 2024년 영업현금 616억원 플러스가 몇 배로 커지느냐가 결국 진짜 회복의 크기를 말해 줄 것이다.
이 숫자들은 모두 같은 사업보고서 한 권 안에 있다. 감사의견은 앞부분 요약표에, 유동비율과 부채비율은 재무상태표에, 영업현금은 현금흐름표에 있다. 워크아웃 졸업 같은 뉴스가 나왔을 때 이 몇 줄만 직접 확인해도 기사 제목보다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2024년 보고서만으로 태영건설이 위기를 넘겼다고 보지는 않는다. 자본 회복은 채권자들이 빚을 주식으로 바꿔 준 결과였고, 회사가 스스로 만든 숫자는 영업현금 616억원 정도였다. 그렇다고 비관할 이유도 없다. 1년 사이 단기 부담이 2조원 가까이 줄었다는 건 시간을 벌었다는 뜻이고, 그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는 다음 보고서가 보여 줄 것이다.
출처
- 태영건설 2024년 사업보고서 · KIND 문서번호 202503190048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