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1년 만에 태영건설의 차입금이 1조1,350억원 줄었다. 숫자만 보면 회사가 열심히 벌어서 갚은 것 같다. 2024년 현금흐름표를 같이 펴 보면 실제로 현금이 빠져나간 순상환은 1,580억원, 감소분의 14%다. 나머지 대부분은 빚이 주식이나 신종자본증권으로 바뀐 몫이었다.
장부에서 줄어든 빚
| 항목 | 2023년 말 | 2024년 말 |
|---|---|---|
| 유동차입금및사채 | 2,532,646,243,112원 | 768,594,011,398원 |
| 비유동차입금및사채 | 159,007,029,710원 | 788,057,368,478원 |
| 선택한 차입금 합계 | 2,691,653,272,822원 | 1,556,651,379,876원 |
| 합계 중 유동 분류 비중 | 94.0926% | 49.3748% |
2023년 말에는 차입금의 94%가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돈이었다. 1년 뒤에는 그 비중이 49%로 내려갔다. 유동차입금은 1조7,641억원 줄었고 비유동차입금은 오히려 6,291억원 늘었다. 새로 빌렸다기보다 기존 빚의 만기가 뒤로 밀리면서 유동에서 비유동으로 옮겨 간 몫이 클 것이다. 리스부채나 매입채무는 넣지 않고 차입금과 사채만 봤다.
현금으로는 얼마나 갚았나
| 2024년 현금흐름 항목 | 금액 |
|---|---|
| 유동 차입금및사채 차입 | +378,058,695,825원 |
| 비유동 차입금및사채 차입 | +331,817,372,460원 |
| 유동 차입금및사채 상환 | -547,389,128,346원 |
| 비유동 차입금및사채 상환 | -320,439,913,118원 |
| 네 항목 순액 | -157,952,973,179원 |
2024년에 현금으로 빌린 돈이 7,099억원, 갚은 돈이 8,678억원이다. 차이인 1,580억원이 순수하게 현금으로 줄인 빚이다. 갚은 금액 8,678억원만 보면 꽤 많이 갚은 것 같지만, 같은 해 7,099억원을 새로 빌렸다는 것도 같이 봐야 한다.
장부 감소 1조1,350억원에서 현금 순상환 1,580억원을 빼면 9,770억원이 남는다. 현금이 오가지 않고 줄어든 금액이다.
9,770억원의 정체
기업개선계획 설명에 답이 거의 다 나와 있다. 대주주 티와이홀딩스의 금융채권을 신종자본증권으로 바꾸면서 부채 3,349억원이 자본으로 넘어갔다. 무담보 금융채권을 출자전환하면서 6,395억원이 또 넘어갔다. 합하면 9,744억원이다.
직접 계산한 9,770억원과 26억원쯤 차이가 난다. 공시 설명이 억원 단위로 반올림돼 있고 다른 비현금 조정도 있을 수 있으니 이 정도면 거의 맞아떨어진다고 본다. 원 단위까지 완벽히 맞췄다고 할 수는 없다.
이 9,744억원은 새 현금이 아니다. 채권자가 받을 돈을 주식이나 신종자본증권으로 바꿔 받은 것이다. 회사 통장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지만 갚아야 할 의무는 실제로 사라졌다.
남은 빚의 조건
출자전환에서 빠진 무담보 차입금은 만기가 2027년 5월 30일로 연장됐고, 3%가 넘던 금리는 3%로 낮아졌다. 유동 비중이 절반으로 떨어진 데에는 이 만기 연장이 크게 작용했다. 별도로 산업은행 긴급운영자금 한도 3,000억원(금리 4.6%, 만기 3년)도 잡혀 있다. 한도이지 실제로 다 꺼내 쓴 돈은 아니다.
채권자가 주주가 되면
빚이 주식으로 바뀌면 회사의 빚은 줄지만 주주 구성은 바뀐다. 채권자가 새 주식을 받으면 기존 주주의 지분은 그만큼 희석된다. 태영건설은 금융채권 출자전환으로 6,395억원, 대주주 채권의 신종자본증권 전환으로 3,349억원이 부채에서 자본으로 옮겨 갔다. 앞의 것은 금융채권자들이 주주가 되는 거래다.
기업개선계획에는 감자도 들어 있었다. 워크아웃에서는 기존 주식 수를 줄이는 감자와 채권자의 출자전환을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 기존 주주가 먼저 손실을 나눠 지고, 채권자는 빚을 줄여 주는 대신 회사의 주인이 되는 구조다. 회사가 살아나면 채권자는 주식 가치로 돈을 회수하고, 그렇지 않으면 손실을 본다.
이런 회사를 볼 때는 재무구조 개선과 주당 가치 변화를 따로 봐야 한다. 부채비율이 좋아져도 주식 수가 크게 늘었다면 주당 순자산이나 주당 이익은 생각만큼 나아지지 않을 수 있다. 회사 전체가 나아지는 것과 기존 주주 한 사람이 나아지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태영건설의 주식 수가 얼마나 늘었는지는 이 글에서 계산하지 않았다. 같은 사업보고서의 자본금 변동 표나 주식의 총수 항목에서 확인할 수 있다.
희석 효과를 따질 때는 감자 비율과 출자전환 주식 수를 함께 봐야 기존 주주에게 실제로 남은 몫이 얼마인지 계산할 수 있다. 워크아웃 기업 주식을 볼 때 가장 먼저 해 볼 계산이다.
1조원이 줄었다는 말의 무게
빚을 주식으로 바꾼 것을 숫자놀음이라고 깎아내릴 생각은 없다. 채권자가 빚을 포기하고 주주가 되면 회사의 상환 의무는 진짜로 줄어든다. 다만 그건 회사가 돈을 벌어서 갚은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만기가 미뤄진 빚도 2027년 5월이 다가오면 다시 문제가 될 수 있다.
태영건설의 1조1천억원 감소에는 현금 상환과 출자전환, 만기 연장이 다 섞여 있었다. 그중 회사가 실제로 번 돈으로 갚은 몫이 가장 작았다는 게 이 사례의 핵심이다. 구조조정 기업의 부채 감소 소식을 볼 때 그 비율부터 따져 보면 회사가 얼마나 숨을 돌렸는지 훨씬 현실적으로 보인다.
출처
- 태영건설 2024년 사업보고서 · KIND 문서번호 202503190048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