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중이던 태영건설의 2024년 말 현금은 1년 전보다 1,201억원 늘었다. 반가운 숫자다. 그런데 같은 해 투자부동산을 팔아서 들어온 돈이 2,744억원이었다. 현금 증가액의 2.3배다. 부동산 매각이 없었다면 현금은 늘기는커녕 1,500억원 넘게 줄었을 것이다.
2024년 현금흐름
| 2024년 항목 | 현금흐름, 원 | 약 억원 |
|---|---|---|
| 영업활동현금흐름 | +61,614,346,825 | +616.14 |
| 투자활동현금흐름 | +323,233,247,392 | +3,232.33 |
| 재무활동현금흐름 | -264,742,198,198 | -2,647.42 |
| 현금에 대한 환율변동 효과 | +46,850 | +0.00047 |
| 현금및현금성자산 증가 | +120,105,442,869 | +1,201.05 |
| 기초 현금및현금성자산 | 224,569,253,923 | 2,245.69 |
| 기말 현금및현금성자산 | 344,674,696,792 | 3,446.75 |
영업에서 616억원이 들어왔고, 투자활동에서 3,232억원이 들어왔으며, 재무활동으로 2,647억원이 나갔다. 보통 회사라면 투자활동은 돈이 나가는 쪽인데, 이 해의 태영건설은 투자활동이 가장 큰 현금 공급원이었다. 무언가를 많이 팔았다는 뜻이다.
무엇을 팔았나
| 선택한 자산 거래 | 2024년 현금흐름 |
|---|---|
| 투자부동산 처분 | +274,432,706,672원 |
| 유형자산 처분 | +73,611,602,895원 |
| 두 처분 항목 합계 | +348,044,309,567원 |
| 투자부동산 취득 | -45,972,289,636원 |
| 유형자산 취득 | -1,667,367,522원 |
투자부동산 처분으로 2,744억원, 유형자산 처분으로 736억원이 들어왔다. 팔기만 한 건 아니어서 투자부동산을 사는 데 460억원을 썼다. 사업보고서의 자구안에는 여러 자산의 매각 완료가 적혀 있지만 계약별 대금과 현금흐름표 숫자를 하나씩 맞출 자료는 없었다. 여기 적힌 건 계약 가격이 아니라 그해 실제로 들어온 현금이다.
매각이 없었다면
다른 숫자는 그대로 두고 투자부동산 처분 유입만 빼 보면 이렇다.
| 기계적 비교 | 실제 공시 | 처분 유입 한 항목만 제외 |
|---|---|---|
| 현금 증감 | +1,201.05억원 | -1,543.27억원 |
| 기말 현금 | 3,446.75억원 | 702.42억원 |
현금 증가가 1,543억원 감소로 뒤집히고, 기말 현금은 지금의 5분의 1 수준인 702억원이 된다. 물론 실제로 매각이 없었다면 회사는 다른 방법으로 돈을 구했을 테니 이대로 됐을 거라는 얘기는 아니다. 2024년 현금 개선이 무엇에 기대고 있었는지 크기를 가늠해 보자는 계산이다.
처분 유입 2,744억원은 투자활동 순유입 3,232억원의 85% 정도 크기다. 투자활동 안에는 다른 매각과 취득이 섞여 있어서 정확한 구성비는 아니지만, 이 해 투자활동 유입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 매각이었다는 건 분명하다.
건물은 한 번밖에 못 판다
자산 매각은 진짜 현금을 만든다. 워크아웃 중인 회사가 자구안대로 자산을 팔아 유동성을 확보한 건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다. 문제는 같은 건물을 내년에 또 팔 수는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판 건물에서 나오던 임대수익이 사라지거나, 쓰던 공간을 다시 빌려야 할 수도 있다.
반복해서 기대할 수 있는 재원은 영업현금흐름 616억원 쪽이다. 2024년만 보면 이건 부동산 매각 유입의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그래서 나는 태영건설의 2024년 현금 증가를 "유동성 개선"보다는 "자산을 현금으로 바꿔 시간을 번 해"로 읽는 게 더 정확하다고 본다. 진짜 개선인지는 매각할 자산이 줄어든 뒤 영업현금이 얼마나 받쳐 주는지로 판가름 날 것이다.
팔 자산이 줄어든 다음
워크아웃 기업은 채권단과 약속한 자구안에 따라 자산을 판다. 사옥, 투자부동산, 계열사 지분 같은 것들이다. 태영건설도 2024년에 투자부동산과 유형자산을 팔아 3,480억원을 마련했다. 자구안 목록에 남은 자산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이런 유입이 몇 년 더 가능한지가 정해진다.
자산 매각은 대개 팔기 쉬운 것부터 나간다. 값을 잘 받을 수 있고 사려는 사람이 있는 자산이 먼저다. 남는 자산은 팔기 어렵거나 제값을 받기 힘든 것들일 가능성이 높다. 매각 유입은 첫해가 가장 크고 갈수록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그다음부터는 본업이 버텨야 한다. 건설사의 영업현금은 공사 대금을 제때 받는지, 미분양이 쌓이지 않는지에 크게 좌우된다. 2024년 태영건설의 영업현금 616억원은 플러스였지만 회사 규모에 비하면 크지 않다. 같은 해 말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3,049억원 많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영업에서 더 많은 현금이 나와야 한다.
다음 보고서를 본다면 투자활동의 처분 유입이 얼마나 줄었는지, 그 빈자리를 영업현금이 얼마나 메웠는지를 함께 보면 된다. 처분 유입은 줄고 영업현금이 늘었다면 회복의 무게중심이 제대로 옮겨 가고 있다는 뜻이다.
이건 태영건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구조조정 중인 회사의 현금흐름표를 보면 투자활동이 플러스인 해가 자주 나온다. 자산을 팔아 버티는 시기다. 그 시기가 몇 년 이어지는지, 끝난 뒤 영업현금이 얼마나 받쳐 주는지가 회복 여부를 가르는 가장 정직한 지표다. 투자활동 플러스가 2~3년 넘게 이어진다면 팔 자산이 계속 줄고 있다는 뜻이니 더 주의해서 봐야 한다. 그 끝에서 영업현금이 버텨 주지 못하면 다음 단계의 조치가 필요해진다.
출처
- 태영건설 2024년 사업보고서 · KIND 문서번호 202503190048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