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이 한 푼도 안 들어온 유상증자

'유상증자'라고 하면 투자자가 돈을 내고 새 주식을 받는 장면을 떠올린다. 한화오션이 2023년과 2024년에 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 두 건은 달랐다. 주식을 받은 쪽은 현금 대신 회사에 대해 갖고 있던 채권을 내놓았다. 주식 수에 발행가를 곱하면 1,435억원이 나오지만 회사 통장에 들어온 돈은 없다.

두 건의 증자

두 건의 증자 · 표 1
주식발행 일자 대상자 발행주식 수 주당 발행가액 주식 수×발행가액
2023-06-02 한국수출입은행 5,144,087주 27,467원 141,292,637,629원
2024-07-11 회사채 투자자 54,495주 40,350원 2,198,873,250원
합계 — 5,198,582주 — 143,491,510,879원

2023년 6월 건은 한국수출입은행에 514만주를 발행한 1,413억원 규모, 2024년 7월 건은 회사채 투자자에게 5만4천주를 발행한 22억원 규모다. 사업보고서는 두 건 모두 "주식 인수인의 주금 납입채무와 인수인이 회사에 가진 채권을 상계"했다고 적었다. 받을 돈과 낼 돈을 퉁친 것이다.

2024년 건의 발행가 40,350원은 제8~10회 전환사채의 전환가액과 같다. 그렇다고 이게 그 전환사채의 전환이었다고 볼 근거는 공시에 없다.

빚은 줄었지만 돈은 안 들어왔다

채권자가 빚 대신 주식을 받으면 회사가 갚아야 할 의무는 실제로 줄어든다. 재무구조로 보면 분명한 개선이다. 하지만 새 현금이 생긴 건 아니니 운영자금이 넉넉해졌다고 볼 수는 없다. 부채가 자본으로 옮겨 갔을 뿐이다.

이 거래를 두고 "유상증자로 1,400억원 확보"라고 쓰면 틀린 문장이 된다. 확보한 건 현금이 아니라 줄어든 빚이다.

명목 발행가액 1,435억원이 장부에서 지워진 부채 금액과 똑같다고 볼 수도 없다. 출자전환의 회계 처리에는 채무 장부금액과 주식 측정액 차이, 비용이 끼어든다.

자본금만 보면 놓치는 것

자본금만 보면 놓치는 것 · 표 2
사건 액면 금액 부분 발행가액과 액면 금액의 차이
2023년 상계 증자 25,720,435,000원 115,572,202,629원
2024년 상계 증자 272,475,000원 1,926,398,250원

액면가는 주당 5,000원이다. 2023년 건은 발행가 1,413억원 가운데 자본금으로 잡히는 액면 부분이 257억원뿐이고 나머지 1,156억원은 액면 초과분이다. 자본금 증가만 보고 거래 규모를 재면 5분의 1도 안 되게 보게 된다. 비용 같은 세부 조정은 반영하지 않은 단순 분해다.

2024년 건도 같은 방식으로 나누면 액면 부분은 2억7천만원, 액면 초과분은 19억3천만원이다. 발행가가 액면의 8배를 넘다 보니 금액 대부분이 자본금이 아니라 주식발행초과금 쪽으로 간다. 2023년 건은 발행가가 액면의 5.5배였다.

발행가격을 비교하면

두 건의 발행가격도 눈여겨볼 만하다. 2023년 6월 수출입은행은 주당 27,467원에, 2024년 7월 회사채 투자자는 주당 40,350원에 주식을 받았다. 1년 사이 발행가격이 47% 올랐다. 같은 채권 상계 방식이라도 시점과 조건에 따라 채권자가 받는 주식 수는 크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 1,000억원어치 채권을 27,467원에 바꾸면 364만주, 40,350원에 바꾸면 248만주를 받는다. 그 뒤 주가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채권자가 실제로 회수하는 금액이 달라진다. 출자전환은 채권자가 회사의 앞날에 일부를 거는 셈이다.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발행가격이 높을수록 같은 빚을 줄이는 데 필요한 신주가 적으니 희석이 덜하다. 그래서 출자전환을 볼 때는 줄어든 빚의 크기만이 아니라 그 대가로 몇 주를 내줬는지, 그 가격이 당시 주가와 비교해 어땠는지도 함께 보는 편이 낫다.

이 글에서는 발행 당시 주가까지는 가져오지 않았다. 해당 날짜 전후의 주가를 찾아 발행가격과 비교해 보면 채권자와 기존 주주 중 누구에게 더 유리한 조건이었는지 가늠할 수 있다.

해마다 주식이 늘어난 이유가 달랐다

한화오션 발행주식은 2022년 말 1억729만주에서 2023년 말 3억636만주로 거의 세 배가 됐다. 늘어난 1억9,907만주 가운데 수출입은행 상계 증자 몫은 2.6%뿐이다. 나머지는 같은 해 한화 계열사 대상 증자와 주주배정 증자에서 나왔다. 이건 실제 현금이 들어온 증자다.

2024년은 정반대다. 연말 발행주식은 306,413,394주로 1년 전보다 정확히 54,495주 늘었다. 상계 증자 수량과 똑같다. 그해 늘어난 주식은 전부 채권 상계에서 나왔다.

같은 '발행주식 증가'라도 어떤 해는 현금이 들어왔고 어떤 해는 들어오지 않았다. 증자 데이터를 모아 분석한다면 이름만 보고 합산하지 말고 납입 방식 칸과 대상자 칸을 함께 걸러야 한다. 대상자가 금융기관이나 회사채 투자자이고 비고란에 상계 문구가 있다면 출자전환일 가능성이 높다. 공시 비고란의 한 줄이 현금 증자와 출자전환을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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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두 건의 증자
  2. 빚은 줄었지만 돈은 안 들어왔다
  3. 자본금만 보면 놓치는 것
  4. 발행가격을 비교하면
  5. 해마다 주식이 늘어난 이유가 달랐다
  6.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