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원리금 미지급' 공시가 몇 달 간격으로 계속 올라오면 연체가 자꾸 쌓이는 것처럼 보인다. 디에이테크놀로지는 반대였다. 2024년 4월 23일에 생긴 미지급 한 건을 두고, 회사가 조금씩 갚을 때마다 정정공시를 냈다. 그 사이 미지급 원금은 110억원에서 77억원으로 줄었다.
세 번의 정정
| 정정일 | 미지급 원금 | 미지급 이자 | 합계 | 발생 표시일 이후 |
|---|---|---|---|---|
| 2024-12-10 | 8,800,000,000원 | 0으로 표시 | 8,800,000,000원 | 231일 |
| 2025-06-25 | 8,250,000,000원 | 182,608원 | 8,250,182,608원 | 428일 |
| 2025-07-25 | 7,700,000,000원 | 182,608원 | 7,700,182,608원 | 458일 |
세 문서 모두 발생일은 2024년 4월 23일로 같다. 정정일이 바뀌었을 뿐 새 연체가 생긴 게 아니다. 대상은 제14회 전환사채, 권면 110억원이다. 공시 본문엔 회사명이 따로 안 나와서 2025년 반기보고서와 회차, 발행일, 금액을 맞춰 확인했다.
어떻게 갚아 왔나
2024년 12월 10일에 원금 22억원과 그때까지 밀린 이자를 전부 갚았다. 첫 정정에서는 원금이 110억원에서 88억원으로 줄고 이자 칸은 비었다. 이후 2025년 6월 25일에 5억5천만원, 7월 25일에 또 5억5천만원을 갚았다.
110−22−5.5−5.5=77억원. 공시 숫자와 딱 맞는다. 1년 3개월 동안 원금의 30%인 33억원을 갚았고 70%가 남았다.
첫 상환에서 두 번째까지는 197일이 걸렸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사이는 30일이었다. 마지막 두 번이 한 달 간격이라 매달 5억5천만원씩 갚는 일정이 잡힌 게 아닐까 싶다. 세 번의 관측으로 확정하기는 어렵지만, 다음 정정공시가 8월 말쯤 나왔는지 보면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라졌던 이자가 다시 나타난 이유
2025년 6월 문서에 18만2,608원의 이자가 다시 등장한다. 처음 보면 새 연체 이자가 붙은 것 같다. 회사 설명은 채권자가 회생절차 개시 전 이자를 뒤늦게 신고(추완 신고)해서 내역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새로 빌린 돈도, 새로 생긴 연체도 아니다.
7월 정정에서는 원금이 5억5천만원 줄고 이자는 그대로다. 합계도 정확히 5억5천만원 줄었다.
458일 연체라고 부르기 어려운 이유
미지급 사유는 2024년 4월 23일 회생절차 개시 신청으로 기한이익이 상실되면서 조기상환 의무가 생겼고, 자금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원래 만기가 지나서 못 갚은 게 아니라 회생 신청으로 갑자기 갚을 의무가 앞당겨진 경우다. 그래서 표의 458일을 '원래 만기에서 458일 연체'로 읽으면 사정과 맞지 않는다.
공시의 자기자본 대비 비율도 13.83%까지 내려왔다. 다만 세 공시 모두 같은 자기자본 556억원을 분모로 쓰고 있어서, 비율이 내려간 건 미지급액이 줄었기 때문이지 자본이 회복됐다는 뜻은 아니다.
정정 공시를 읽는 법
상환 지연 공시가 여러 번 올라오면 겁부터 나기 쉽다. 그런데 같은 발생일의 정정 공시라면 오히려 조금씩 갚아 나가는 기록일 수 있다. 건수를 세기보다 발생일이 같은지, 남은 원금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먼저 보면 된다. 디에이테크놀로지는 2025년 7월 기준으로 아직 77억원이 남아 있었다. 갚고 있다는 것과 다 갚을 수 있다는 건 다른 문제다.
회생 신청이 미지급으로 이어지는 구조
앞에서 말한 기한이익 상실은 회사채나 대출 계약에 흔히 들어가는 조항이다. 회사가 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하면 원래 만기와 상관없이 빚을 바로 갚아야 하는 상태가 된다. 그래서 회생 신청 당일에 갚을 돈이 갑자기 생기고, 갚지 못하면 미지급 공시가 나온다.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회사 빚은 법원이 인가하는 회생계획이나 채권자와의 합의에 따라 조정된다. 디에이테크놀로지가 원금을 나눠 갚고 있는 것도 그런 틀 안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공시들에는 구체적인 변제 조건이 나와 있지 않다.
그래서 미지급 공시를 볼 때는 사유 칸을 먼저 읽는 게 안전하다. 회사 자금이 말라 만기에 못 갚은 경우와, 회생 신청 때문에 기한이 앞당겨진 경우는 무게가 다르다. 앞의 경우는 새로운 위기 신호이고, 뒤의 경우는 이미 알려진 회생 절차의 연장선이다.
디에이테크놀로지는 뒤쪽이었다. 정정공시가 이어질수록 남은 원금이 줄어드는 흐름이 핵심이다. 다음 정정이 나온다면 원금이 77억원에서 더 줄었는지, 이자 칸에 새 숫자가 생겼는지를 보면 된다.
회생 중인 회사의 공시는 숫자보다 문장이 더 많은 걸 알려 줄 때가 많다. 사유, 정정 이유, 향후 계획 칸을 꼼꼼히 읽는 습관이 숫자를 바르게 읽는 데 도움이 된다. 디에이테크놀로지의 추완 신고 설명도 그런 예였다.
출처
- 2024-12-10 정정 공시 · KIND 문서번호 20241210000281
- 2025-06-25 정정 공시 · KIND 문서번호 20250520000601
- 2025-07-25 정정 공시 · KIND 문서번호 20250702000809
- 디에이테크놀로지 2025년 반기보고서 · KIND 문서번호 20250814010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