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의 보증은 장부보다 주석에서 70배 커진다

2021년 대림산업은 지주회사 DL과 건설회사 DL이앤씨로 나뉘었다. 회사가 쪼개지면 예전에 서 준 보증도 깔끔하게 나눠질 것 같지만, DL의 공시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분할 전 채무와 보증에 대해 두 회사가 연대 책임을 진다는 문장이 2022년 감사보고서에도, 2025년 반기보고서에도 그대로 있다.

그리고 2022년 주석을 보면 장부에 잡힌 보증부채는 150억원인데, 최대로 물어 줘야 할 수 있는 금액은 1조604억원이다. 70배 차이다.

두 숫자

두 숫자 · 표 1
범주 인식된 금융보증부채 최대 노출금액
재개발·재건축사업 0 표시 297,861
분양자·조합원 주택금융 개인대출 0 표시 177,790
SOC·민간투자사업 15,057 90,592
종속기업 보증제공 0 표시 494,247
합계 15,057 1,060,490

단위는 백만원이다. 재무상태표에 부채로 잡힌 건 SOC·민간투자사업 보증 151억원뿐이고, 나머지 범주는 장부상 0이다. 반면 최대 노출금액은 종속기업 보증 4,942억원, 재개발·재건축 2,979억원을 포함해 1조원이 넘는다.

두 숫자는 재는 대상이 다르다. 장부 보증부채는 회계기준에 따라 지금 인식할 만한 금액이고, 최대 노출은 최악의 경우 물어 줄 수 있는 한도다. 1조원 전부가 언젠가 터질 빚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렇다고 150억원만 보고 보증 위험이 작다고 판단하면 주석에 적힌 1조원을 통째로 놓친다. 이 회사는 두 숫자가 워낙 크게 벌어져 있어서 둘 다 봐야 한다는 걸 잘 보여 준다. 범주별로 보면 종속기업을 위한 보증이 4,942억원으로 가장 크다. 이 부분의 위험은 결국 그 자회사들이 스스로 빚을 갚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같은 주석의 유동성위험 표에는 이 1조604억원 전액이 '1년 미만' 칸에 들어 있다. 놀랄 만한 배치인데, 회사는 "계약상 가장 빨리 지급할 수 있는 시점" 기준으로 표시했다고 설명한다. 다음 해에 실제로 나간다는 예측과는 다르다.

분할 전 보증은 몇 년 뒤에도 남아 있다

분할 전 보증 가운데 세 건을 골라 2022년 말과 2025년 6월 말을 비교했다.

분할 전 보증은 몇 년 뒤에도 남아 있다 · 표 2
선택 대상 통화 단위 2022년 말 2025년 6월 말
Daehan Wind Power USD 천 3,700 5,600
Millmerran Investment V AUD 천 12,245 11,227
Millmerran Investment VI AUD 천 12,245 11,227

Daehan Wind Power 보증은 2018년, Millmerran 두 건은 2019년에 시작됐다. 분할 전 대림산업 시절의 보증이다. 종료 조건은 날짜가 아니라 '의무 종료 시점'으로 돼 있다. 분할하고 4년이 지난 2025년에도 이 보증들은 DL 공시에 남아 있고, Daehan 쪽은 금액이 370만달러에서 560만달러로 오히려 커졌다. 왜 늘었는지는 계약을 더 봐야 안다.

'연대'를 반으로 나누면 안 된다

회사가 둘로 나뉘었으니 보증도 반씩 지면 되겠다고 생각하기 쉽다. 연대 책임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채권자는 두 회사 중 어느 쪽에든 전액을 청구할 수 있는 게 연대의 기본 성격이다. 공시에도 50%씩 나눈다는 말은 없다. 분할 비율로 보증을 쪼개면 위험을 실제보다 작게 보게 된다.

반대로 DL과 DL이앤씨의 보증 표를 그냥 더하면 같은 보증을 두 번 세게 된다. 그룹 전체를 볼 때는 같은 채무를 한 번만 세도록 주의해야 한다.

분할한 회사를 볼 때 주석에서 '연대'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길 권한다. 장부 숫자가 작다고 끝까지 작은 부담은 아니고, 회사가 나뉘었다고 과거 약속이 사라지지도 않는다. 어느 채무가 누구에게 넘어갔는지에 대한 법률적 판단은 분할계획서와 계약서를 봐야 한다.

다른 분할 회사에도 해당될까

최근 10여 년 사이 국내에서는 지주회사 체제로 바꾸거나 사업을 재편하려고 회사를 쪼개는 일이 많았다. 그때마다 분할 전에 서 준 보증과 채무를 어떻게 나눌지가 문제가 된다. 상법은 분할 전 채무에 대해 분할된 회사들이 연대 책임을 지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채권자 보호 절차를 거치면 책임을 나눌 수 있게 하고 있다. DL처럼 연대 책임 문구가 공시에 남아 있다면 원칙대로 처리된 경우로 볼 수 있다.

분할을 거친 회사를 분석할 때는 몇 가지를 확인하면 좋다. 분할 연도와 방식, 분할 전 회사가 서 준 보증의 종류와 규모, 그 보증의 주 채무가 어느 회사 사업과 연결돼 있는지. DL의 경우 건설 사업은 DL이앤씨로 넘어갔으니 건설 관련 보증의 실질적인 부담은 DL이앤씨 사업과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래도 법적으로 DL이 책임에서 벗어나는 건 아니다.

결국 분할 회사의 보증 위험은 두 회사 중 더 약한 쪽의 사정에 좌우되기 쉽다. 한쪽이 어려워져 채권자가 다른 쪽에 청구하면 멀쩡한 회사가 부담을 떠안게 된다. DL과 DL이앤씨 중 어느 쪽이 더 튼튼한지는 이 글에서 비교하지 않았지만, 분할 회사의 보증을 볼 때는 상대 회사의 재무 상태까지 함께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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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두 숫자
  2. 분할 전 보증은 몇 년 뒤에도 남아 있다
  3. '연대'를 반으로 나누면 안 된다
  4. 다른 분할 회사에도 해당될까
  5.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