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2021년 6월 말 부채비율은 171%, DL의 2023년 말 부채비율은 167%다. 이 숫자만 보면 두 회사의 재무 상태는 비슷하다. 그런데 1년 안에 갚아야 할 차입금을 손에 든 현금으로 얼마나 덮을 수 있는지 계산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LG전자는 3.65배, DL은 0.44배다.
부채비율은 회사가 빚을 얼마나 지고 있는지는 알려 주지만 그 빚이 언제 돌아오는지는 알려 주지 않는다. 이 두 회사가 그 차이를 잘 보여 준다.
입력한 숫자
| 항목, 백만원 | LG전자 2021년 반기 말 | DL 2023년 말 |
|---|---|---|
| 부채총계 | 31,965,236 | 7,586,162.395568 |
| 자본총계 | 18,701,647 | 4,533,401.164317 |
| 선택한 일반 차입금·사채 합계 | 10,100,378 | 5,618,258 |
| 유동 차입금·유동성 장기부채 | 1,695,562 | 2,006,419 |
| 현금및현금성자산 | 6,186,301 | 884,275 |
LG전자는 2021년 반기 연결 검토보고서, DL은 2023년 연결감사보고서에서 가져왔다. DL의 부채와 자본은 원 단위 재무상태표를 백만원으로 바꾼 값이라 소수점이 붙어 있다. 차입금은 두 회사 모두 일반 차입금과 사채만 넣고 리스부채는 뺐다. 한쪽에만 리스를 넣으면 비교가 틀어지기 때문이다.
유동 차입금에는 원래 장기로 빌렸지만 만기가 1년 안으로 들어온 금액도 포함했다. DL은 단기차입금 9,703억원과 유동성장기부채 1조361억원을 더한 값이다.
세 지표를 나란히 놓으면
| 직접 계산한 지표 | LG전자 관측점 | DL 관측점 |
|---|---|---|
| 부채총계÷자본총계 | 170.9220% | 167.3393% |
| 유동 차입금÷일반 차입금·사채 | 16.7871% | 35.7125% |
| 현금÷유동 차입금 | 3.6485배 | 0.4407배 |
부채비율 차이는 3.6%포인트에 불과하다. 그런데 차입금 가운데 1년 안에 돌아오는 비중은 LG전자 17%, DL 36%로 두 배가 넘게 벌어진다. 현금 커버리지로 가면 차이가 8배를 넘는다. LG전자는 당장 갚을 차입금의 세 배 넘는 현금을 들고 있었고, DL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현금을 들고 있었다.
부채비율이 조금 더 높은 쪽이 단기 상환 여력은 훨씬 좋았던 셈이다. 부채비율 하나로 두 회사를 줄 세웠다면 거꾸로 읽었을 것이다.
순서가 다르게 나오는 이유
부채비율의 분자에는 차입금뿐 아니라 매입채무, 충당부채 같은 이자 없는 부채까지 다 들어간다. 분모는 자본이다. 손실을 흡수할 자본에 비해 의무가 얼마나 큰지를 보는 지표다. 반면 현금 커버리지는 "1년 안에 갚을 빌린 돈을 지금 있는 현금으로 막을 수 있나"를 본다. 보는 대상이 다르니 순서가 같을 이유가 없다.
DL의 0.44배를 곧바로 위기 신호로 읽을 필요는 없다. 만기 연장이나 은행 약정, 영업에서 들어올 현금이 실제 상환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다만 이 정도 숫자라면 차환 계획이 어떻게 돼 있는지는 반드시 확인해 볼 만하다. 거꾸로 LG전자의 3.65배도 그 현금이 어느 법인에 있는지, 바로 쓸 수 있는 돈인지까지 봐야 의미가 있다. 단기금융상품은 현금에 넣지 않았다.
두 관측 시점이 2021년과 2023년으로 다르고 업종도 다르다. 그래서 이 표를 두 회사의 지금 신용도 순위로 쓰면 안 된다. 같은 부채비율 안에도 전혀 다른 만기 구조가 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는 예로 보면 충분하다.
부채비율을 봤다면 차입금 만기표와 현금 잔액까지는 같이 확인하는 게 좋다. 세 숫자를 다 찾는 데 공시 몇 페이지면 된다.
단기 차입이 많은 회사를 볼 때
DL처럼 차입금의 3분의 1 넘게가 1년 안에 돌아오는 구조는 두 가지 이유로 생긴다. 하나는 단기차입금 자체를 많이 쓰는 경우다. 은행 단기 대출이나 기업어음은 절차가 간단해서 운영자금 용도로 자주 쓰인다. 다른 하나는 장기 차입금의 만기가 한꺼번에 다가온 경우다. DL은 단기차입금 9,703억원과 유동성장기부채 1조361억원이 비슷한 규모로 섞여 있어서 두 가지가 다 작용했다.
단기 차입이 많으면 매년 상당한 금액을 다시 빌려야 한다. 금융시장이 안정적일 때는 큰 문제 없이 굴러가지만, 금리가 오르거나 시장이 얼어붙으면 부담이 한꺼번에 커진다. 단기 차입 비중이 높은 회사는 평소에는 괜찮다가 시장이 흔들릴 때 약점이 드러나기 쉽다.
이런 회사를 볼 때 추가로 확인할 정보가 있다. 은행과 맺어 둔 미사용 신용한도, 즉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대출 약정이다. 주석의 '금융기관과의 약정' 항목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 현금 커버리지가 0.44배여도 미사용 한도가 넉넉하면 실제 대응력은 크다. 이 시점 DL의 약정 한도는 이 글에서 확인하지 않았지만, 커버리지가 1배 밑으로 내려간 회사라면 꼭 같이 봐야 할 항목이다.
약정 한도가 공시에 없다면 그다음 볼 곳은 신용평가사 보고서다. 평가사는 회사 유동성을 평가하면서 미사용 한도와 차환 계획을 함께 검토하는 경우가 많다. 공개된 평가 보고서 요약만 봐도 회사의 단기 자금 사정을 꽤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