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돈을 더 벌었는데 왜 현금이 15조원 줄었을까

삼성전자 영업이익과 영업현금흐름
삼성전자 영업이익과 영업현금흐름 · 단위 백만원

삼성전자 2024년 사업보고서를 열면 두 숫자가 눈에 걸린다. 영업이익은 6조6천억원에서 32조7천억원으로 다섯 배 가까이 뛰었다. 그런데 연말 현금및현금성자산은 69조1천억원에서 53조7천억원으로 15조4천억원 줄었다. 이익이 부풀려진 건 아닌가 의심할 만한 조합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럴 일은 아니었다. 영업으로 번 현금은 오히려 크게 늘었다. 현금이 줄어든 건 그 돈을 다른 데로 옮겨 놓았기 때문이다.

성장률만 보면 헷갈린다

성장률만 보면 헷갈린다 · 표 1
지표 2023년 2024년 직접 계산한 변화
영업이익 6,566,976 32,725,961 +26,158,985, +398.34%
당기순이익 15,487,100 34,451,351 +18,964,251
영업활동현금흐름 44,137,427 72,982,621 +28,845,194, +65.35%
영업현금흐름−영업이익 37,570,451 40,256,660 +2,686,209
영업현금흐름/영업이익 6.721배 2.230배 비율 하락
기말 현금및현금성자산 69,080,893 53,705,579 −15,375,314

단위는 백만원이다. 영업이익은 398% 늘었고 영업현금흐름은 65% 늘었다. 이렇게 놓으면 현금이 이익을 못 따라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2023년 영업이익이 반도체 불황으로 워낙 작았던 탓에 증가율이 크게 튄 것이다.

금액으로 보면 정반대다. 영업이익은 26조2천억원 늘었고 영업현금흐름은 28조8천억원 늘었다. 현금 쪽이 더 많이 늘었다. 증가율 비교와 증가액 비교가 정반대 인상을 주는 경우인데, 실제 공시에서 이렇게 깔끔한 예는 생각보다 드물다.

영업현금흐름을 영업이익으로 나눈 비율이 6.7배에서 2.2배로 떨어진 것도 같은 이유다. 분모였던 2023년 영업이익이 너무 작았다. 이 비율이 떨어졌다고 돈을 못 받고 있다고 읽을 필요는 없다.

이익에서 현금까지

이익에서 현금까지 · 표 2
영업이익에서 출발한 가산·차감 단계 2023년 2024년
출발: 영업이익 6,566,976 32,725,961
당기순이익−영업이익 +8,920,124 +1,725,390
현금흐름표 조정 총액 +36,519,534 +42,947,079
영업활동 자산·부채 변동 −5,458,745 −1,567,557
이자 수취−이자 지급+배당 수입−법인세 납부 −2,410,462 −2,848,252
합계: 영업활동현금흐름 44,137,427 72,982,621

영업현금흐름이 영업이익보다 40조원 넘게 많은 건 주로 조정 항목 43조원 때문이다. 감가상각비가 39조6천억원, 무형자산상각비가 3조원이다. 반도체 공장 설비가 워낙 커서 매년 장부상 비용으로 빠지는 금액이 크고, 이건 현금이 나가지 않는 비용이라 현금흐름표에서 다시 더해진다.

다만 "영업이익+감가상각비=영업현금흐름"으로 어림하면 이 회사에선 잘 안 맞는다. 세금, 금융손익, 운전자본 변동 같은 다른 조정이 같이 움직인다.

번 돈은 어디로 갔나

번 돈은 어디로 갔나 · 표 3
2024년 현금잔액 연결 금액
영업활동현금흐름 +72,982,621
투자활동현금흐름 −85,381,702
재무활동현금흐름 −7,797,243
외화환산에 따른 현금 변동 +4,821,010
매각예정분류 0
현금및현금성자산 순증감 −15,375,314

영업으로 73조원을 벌었는데 투자활동으로 85조원이 나갔다. 재무활동으로도 7조8천억원이 나갔다. 환율 덕에 4조8천억원이 늘었지만 결국 15조4천억원이 줄었다.

투자활동 85조원을 전부 공장 짓는 데 썼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그중 33조원은 단기금융상품을 사는 데 썼다. 통장에 있던 현금을 정기예금 같은 금융상품으로 옮겨 놓은 셈이다. 이 항목 하나만 빼고 계산하면 현금은 오히려 17조6천억원 늘었다. 현금성자산 계정에서 단기금융상품 계정으로 자리만 바꾼 돈이 현금 감소의 상당 부분을 설명한다.

85조원을 조금 더 나눠 보면

투자활동 85조4천억원 안을 더 들여다보면 단기금융상품 순증가에 33조원, 유형자산 취득에 51조4천억원, 무형자산 취득에 2조3천억원이 나갔다. 셋을 더하면 86조7천억원으로 투자활동 순유출보다 오히려 1조3천억원 많다. 자산 처분이나 다른 금융자산 거래에서 그만큼이 들어왔다는 뜻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2024년 삼성전자 현금의 뼈대는 꽤 단순하다. 영업으로 73조원을 벌어 설비와 무형자산에 54조원 가까이 썼고, 남은 돈과 기존 현금 일부를 금융상품으로 옮겼다. 배당 같은 재무활동으로도 돈이 나갔다. 설비투자만 놓고 보면 영업현금 안에서 충분히 감당한 해였다.

이 구분은 다음 해 숫자를 볼 때도 쓸모가 있다. 현금및현금성자산이 다시 늘었다면 영업이 좋아져서인지, 금융상품 만기가 돌아와 현금 계정으로 옮겨 왔기 때문인지부터 가려야 한다. 뒤의 경우라면 회사 형편이 그대로여도 현금은 늘어난다. 현금 잔액 하나로 회사의 체력을 재기 어려운 이유다. 삼성전자처럼 금융상품 규모가 큰 회사라면 현금과 단기금융상품을 한 줄에 나란히 적어 두고 보는 쪽이 덜 헷갈린다.

그래서 현금창출력은?

2024년 삼성전자의 영업현금흐름은 나빠지지 않았다. 크게 좋아졌다. "현금이 줄었으니 현금창출력이 약해졌다"는 문장을 보면 서로 다른 지표를 섞은 것이라고 봐도 된다.

현금이 줄어든 회사를 볼 때 나는 순서를 정해 놓고 본다. 영업에서 얼마를 벌었나, 설비와 금융상품에 얼마를 썼나, 빚 상환과 배당으로 얼마가 나갔나. 이 세 줄만 확인해도 같은 '현금 감소'가 전혀 다른 이야기로 읽힌다. 단기금융상품을 바로 꺼내 쓸 수 있는지는 만기와 조건을 확인해야 해서 현금에 더하지는 않았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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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성장률만 보면 헷갈린다
  2. 이익에서 현금까지
  3. 번 돈은 어디로 갔나
  4. 85조원을 조금 더 나눠 보면
  5. 그래서 현금창출력은?
  6.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