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채권이 매출보다 빨리 늘면 경고등이 켜진다. 팔긴 팔았는데 돈을 제때 못 받고 있다는 뜻일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 2024년 말 매출채권은 19% 늘었고 매출은 16% 늘었다. 회수가 느려졌다고 쓰고 싶어지는 숫자다. 나도 처음엔 그렇게 읽었다.
그런데 회전일수를 직접 계산해 보니 방식에 따라 결과가 반대로 나왔다. 기말 잔액으로 하면 1.3일 늘고, 평균 잔액으로 하면 2.3일 준다.
원자료
| 금액, 백만원 | 2022년 | 2023년 | 2024년 |
|---|---|---|---|
| 기말 매출채권 | 35,721,563 | 36,647,393 | 43,623,073 |
| 연간 매출액 | 302,231,360 | 258,935,494 | 300,870,903 |
2024년 사업보고서의 연결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다. 평균 잔액을 구하려면 2022년 말 숫자도 필요해서 세 해를 가져왔다.
2024년 매출채권은 6조9,757억원 늘었다. 매출이 늘어난 비율보다 약 3%포인트 더 빨리 늘었다. 이 관찰 자체는 맞다.
같은 자료, 반대 결론
| 계산 방식 | 2023년 | 2024년 | 변화 |
|---|---|---|---|
| 기말 채권/연매출×365 | 51.6588일 | 52.9211일 | +1.2623일 |
| 기초·기말 평균 채권/연매출×365 | 51.0063일 | 48.6899일 | -2.3164일 |
이유는 단순하다. 2023년 말 채권은 2022년 말과 거의 같았다. 2024년 말에 와서야 확 뛰었다. 기말 방식은 이 마지막 급증을 그대로 반영해서 일수가 늘어난다. 평균 방식은 2023년 말의 낮은 잔액을 절반 섞는다. 게다가 2024년 매출이 많이 늘어 분모가 커졌으니 일수가 줄어든다.
평균 방식의 감소가 거래처들이 돈을 더 빨리 줬다는 증거는 아니다. 어떤 잔액을 넣었느냐의 산술 결과다. 그렇다고 기말 방식이 맞다는 것도 아니다. 기말 잔액은 12월 31일 하루의 사진이라 연말에 매출이 몰리면 크게 튄다. 매출은 1년 동안 쌓인 흐름이다. 둘을 나누면 계절성과 결산 직전 매출 집중이 결과에 섞여 들어간다.
매출만큼만 늘었다면
2023년 말 채권이 2024년 매출 증가율만큼만 늘었다고 가정하면 4조2,583억원이다. 실제 2024년 말 채권은 그보다 약 1조원 많다.
이 1조원은 연체액도, 떼일 돈도 아니다. 매출 규모에 비해 연말 채권이 얼마나 더 쌓였는지를 보여 줄 뿐이다. 결제 조건이나 고객 구성이 바뀌면 채권은 매출과 다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다.
매출채권 증가율은 경보 정도로
매출채권 증가율이 매출 증가율을 앞지르면 한 번 더 들여다볼 이유는 생긴다. 하지만 그 자체로 부실을 판정할 근거는 못 된다. 경보가 울리면 채권 연령표, 대손충당금 변화, 분기별 매출과 잔액 흐름을 확인해야 연말에 잠깐 쌓인 채권인지 실제 회수 문제인지 가를 수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2024년 4분기 매출이 연말에 몰렸을 가능성이 있지만, 분기별 잔액까지 확인하지는 않았다. 이 계산으로 말할 수 있는 건, 회전일수의 방향조차 계산법에 따라 바뀐다는 데까지다. 회전일수가 나오는 자료를 보면 어떤 잔액으로 계산했는지부터 확인하자. 그게 빠져 있다면 그 숫자는 반쯤만 믿는 게 맞다.
더 정확하게 보려면
연말 하루가 아니라 1년 동안의 평균 잔액을 알면 회전일수는 훨씬 믿을 만해진다. 상장사는 분기마다 보고서를 내니 1분기, 반기, 3분기 말 매출채권까지 모아 다섯 시점의 평균을 낼 수 있다. 두 점 평균보다 연중 흐름을 잘 반영한다. 이번에는 사업보고서 한 권만 썼기 때문에 이 작업까지는 하지 않았다.
앞에서 말한 연령표를 조금 더 풀어 보면 이렇다. 회전일수가 늘었더라도 늘어난 채권이 대부분 결제일이 아직 안 온 채권이라면 연말 매출이 많았을 뿐일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연체 구간이 같이 커졌다면 회수 문제를 의심할 근거가 생긴다. 포스코퓨처엠 2023년이 그런 경우였다.
금액을 회사 규모와 같이 놓는 것도 중요하다. 매출 증가분보다 더 쌓인 채권 1조원은 그만큼의 돈이 아직 회사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삼성전자 2024년 영업현금 73조원에 비하면 1~2% 수준이라 유동성에 주는 영향은 작다. 같은 1조원이 연매출 몇 조원짜리 회사에서 생겼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회전일수가 며칠 움직였는지보다 그게 몇 원짜리 변화인지를 먼저 보면 판단이 덜 흔들린다.
정리하면 이 글에서 계산한 두 회전일수는 어느 한쪽이 틀린 게 아니라 다른 질문에 답한다. 기말 방식은 연말 시점에 돈이 얼마나 묶여 있는지를, 평균 방식은 한 해 동안 평균적으로 얼마나 묶였는지를 보여 준다. 연말 유동성을 따지는 사람에게는 앞의 숫자가, 한 해 영업의 효율을 보려는 사람에게는 뒤의 숫자가 더 쓸모 있다. 어느 쪽을 쓰든 계산법을 같이 적어 두면 다른 사람이 같은 숫자를 다시 만들 수 있고, 엉뚱한 비교도 피할 수 있다.
출처
- 삼성전자 2024 사업보고서 · DART 접수번호 20250311001085
- 공식 연결 감사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