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이 단기차입금보다 많으면 일단 안심이 된다. 삼성전자 모회사(별도) 재무제표에서 현금과 단기금융상품을 합치면 단기차입금의 1.07배다. 그런데 곧 만기가 돌아오는 장기부채까지 분모에 넣으면 0.35배로 떨어진다. 연결로 바꾸면 7배가 넘는다. 2024년 말 같은 날, 같은 회사의 숫자다.
분자와 분모 후보
| 항목, 백만원 | 연결 | 별도 |
|---|---|---|
| 현금및현금성자산 | 53,705,579 | 1,653,766 |
| 단기금융상품 | 58,909,334 | 10,187,991 |
| 두 자산 합계 | 112,614,913 | 11,841,757 |
| 단기차입금 | 13,172,504 | 11,110,972 |
| 유동성장기부채 | 2,207,290 | 22,264,226 |
| 유동 차입성 부채 합계 | 15,379,794 | 33,375,198 |
모회사 별도 현금은 1조6,538억원뿐인데 단기금융상품을 더하면 11조8,418억원이 된다. 단기금융상품을 넣느냐로 분자가 일곱 배 넘게 달라진다.
분모도 그렇다. 별도 단기차입금은 11조1,110억원인데 유동성장기부채를 더하면 33조3,752억원이 된다. 원래 장기로 빌렸어도 만기가 1년 안에 들어오면 유동성장기부채로 넘어온다. 단기차입금 계정만 보면 이 부담이 통째로 빠진다.
여덟 가지 커버리지
| 분자/분모 | 연결 | 별도 |
|---|---|---|
| 현금/단기차입금 | 4.0771배 | 0.1488배 |
| 현금/유동 차입성 부채 | 3.4920배 | 0.0496배 |
| 현금+단기금융상품/단기차입금 | 8.5492배 | 1.0658배 |
| 현금+단기금융상품/유동 차입성 부채 | 7.3223배 | 0.3548배 |
연결은 어떻게 계산해도 1배를 넘는다. 별도는 단기금융상품을 넣고 단기차입금만 분모로 쓸 때만 1배를 넘는다. 계산 방식 하나로 '충분하다'와 '모자란다'가 갈린다. 커버리지 숫자를 보여 주면서 분자와 분모를 밝히지 않는 자료를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연결 7.3배를 근거로 모회사가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도 곤란하다. 빚은 특정 법인이 갚는다. 그룹 전체 현금이 많아도 그 돈이 어느 법인에 있는지, 옮길 수 있는지에 따라 사정은 다르다.
분모의 3분의 2는 자회사에서 빌린 돈
별도 유동성장기부채 22조2,642억원이 유난히 크다. 주석을 보면 이 중 21조9,900억원이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빌린 돈이고 2025년 8월이 만기다. 별도 분모 33조3,752억원의 3분의 2가 그룹 내부 차입이라는 뜻이다.
이걸 빼고 계산하면 별도 커버리지는 0.35배에서 1.04배로 올라간다. 별도 0.35배라는 숫자만 보면 모회사 유동성이 아슬아슬해 보이는데, 실상은 계열사 돈을 빌려 쓰고 있는 구조다. 나는 이 사례에서 이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물론 계열사 차입이라고 안 갚아도 되는 건 아니다. 계약상 만기가 있는 빚이고, 연장될지 어떨지는 두 회사 사이의 약정에 달렸다. 1.04배는 "내부 차입이 어느 정도 비중인가"를 보여 주는 참고치다. 이 차입은 2023년 말에도 같은 금액이 장기차입금으로 잡혀 있었다. 2024년에 새로 생긴 빚이 아니라 만기가 다가와 유동으로 넘어온 것이다.
결론을 흔들 수 있는 두 변수
이 계산의 결론을 크게 바꿀 수 있는 변수는 두 가지다. 하나는 삼성디스플레이 차입금 21조9,900억원의 처리다. 만기가 2025년 8월이었으니 2025년 반기보고서나 사업보고서의 별도 차입금 주석을 보면 갚았는지, 연장했는지, 다른 형태로 바뀌었는지 알 수 있다. 갚았다면 모회사 현금이나 금융상품이 그만큼 줄었을 것이고, 연장했다면 유동성장기부채가 다시 장기로 넘어갔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별도 단기금융상품 10조1,880억원의 성격이다. 2024년에 모회사 현금은 줄고 단기금융상품은 크게 늘었는데, 이게 언제든 꺼낼 수 있는 예금인지 만기가 정해진 상품인지에 따라 실제 대응력이 달라진다. 금융상품 주석에 만기나 사용 제한 정보가 일부 나와 있으니 같이 보면 된다.
이 두 가지를 확인하면 0.35배와 1.04배 사이 어디쯤이 모회사의 실제 사정에 가까운지 판단할 수 있다. 커버리지를 계산하는 것보다 그 숫자를 흔드는 항목을 찾아내는 일이 더 중요하다. 이 방식은 계열사 간 자금 거래가 많은 다른 그룹의 모회사에도 그대로 쓸 수 있다.
같은 질문을 연결 기준으로 던지면 답이 훨씬 간단하다. 연결 커버리지 7.3배는 그룹 전체로 보면 단기 차입 부담이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삼성전자의 유동성 이야기는 그룹 전체의 체력보다 모회사와 자회사 사이에 돈이 어떻게 놓여 있느냐의 이야기에 가깝다. 이 점을 놓치면 모회사 숫자만 보고 과하게 걱정하게 된다.
커버리지를 읽을 때
단기금융상품이 실제로 바로 쓸 수 있는 돈인지, 사용 제한이나 담보는 없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분모에는 매입채무 같은 다른 유동부채가 빠져 있다. 연말 하루의 잔액을 비교한 것이니 그 사이 들어올 영업현금도 반영되지 않았다.
그래도 이런 비교는 어디를 더 파야 할지 알려 준다는 점에서 충분히 해 볼 만하다. 커버리지 하나로 유동성을 판단하는 글을 보면 분자와 분모가 무엇인지부터 확인해 보자.
출처
- 삼성전자 2024 사업보고서 · DART 접수번호 20250311001085
- 연결 감사보고서
- 별도 감사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