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모회사 차입금이 연결보다 15조원 많은 이유

연결재무제표는 모회사에 자회사까지 합친 숫자다. 그러니 차입금도 당연히 연결이 클 거라고 생각했다. 삼성전자 2024년 말은 반대였다. 부채총계는 연결이 크지만, 이자가 붙는 차입금만 모아 보면 모회사 별도가 34조2천억원, 연결이 19조3천억원이다. 별도가 15조원 가까이 많다.

처음엔 숫자를 잘못 옮겼나 싶었다. 원인은 모회사가 자회사에서 빌린 돈이었다.

같은 회사, 두 개의 부채 표

같은 회사, 두 개의 부채 표 · 표 1
항목 연결 2024 별도 2024 연결 2023 별도 2023
유동부채 93,326,299 80,157,976 75,719,452 41,775,101
비유동부채 19,013,579 8,411,494 16,508,663 30,294,414
부채총계 112,339,878 88,569,470 92,228,115 72,069,515
자본총계 402,192,070 236,396,657 363,677,865 224,787,774
부채총계/자본총계 27.9319% 37.4665% 25.3598% 32.0611%
유동부채/부채총계 83.0750% 90.5029% 82.1002% 57.9650%

단위는 백만원이다. 부채총계는 연결 112조원, 별도 89조원으로 연결이 크다. 그런데 부채비율은 별도가 37%로 연결 28%보다 높다. 별도는 부채도 작지만 자본이 훨씬 작기 때문이다.

이 표에서 가장 이상한 줄은 맨 아래다. 별도의 유동부채 비중이 2023년 58%에서 2024년 91%로 뛰었다. 연결은 82%에서 83%로 거의 그대로인데 말이다.

범인은 삼성디스플레이 차입금

범인은 삼성디스플레이 차입금 · 표 2
집계 항목 별도 2024 연결 2024
단기차입금 11,110,972 13,172,504
유동성장기부채 22,264,226 2,207,290
장기차입금 795,703 3,935,860
비유동 사채 14,530 14,530
합계 34,185,431 19,330,184

별도의 유동성장기부채가 22조3천억원으로 유독 크다. 별도 주석 12를 보면 이유가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빌린 무담보차입금 21조9,900억원이 있고, 만기가 2025년 8월 16일이다. 2023년 말엔 같은 금액이 장기차입금에 있었는데, 만기가 1년 안으로 들어오면서 유동으로 옮겨 왔다.

모회사가 자회사에서 22조원 가까이 빌려 쓰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롭다. 연결에서는 그룹 안에서 주고받은 돈이라 서로 지워진다. 별도에서는 엄연한 빚으로 남는다. 연결과 별도의 차입금 순서가 뒤집힌 건 이 한 건 때문이다. 이 금액을 빼면 별도 차입금은 12조2천억원으로 연결보다 작아진다.

유동부채가 38조원 늘었지만

별도 유동부채는 1년 새 38조4천억원 늘었다. 그중 57%가 삼성디스플레이 차입금이 비유동에서 유동으로 자리를 옮긴 몫이다. 새로 돈을 빌린 게 아니다. 만기가 다가오면 현금 한 푼 오가지 않아도 유동부채는 늘어난다.

"삼성전자 단기부채 급증" 같은 문장을 별도 숫자로 쓴다면 이 사정을 빼먹으면 안 된다.

모회사가 자회사에서 돈을 빌리는 이유

대기업 그룹에서 모회사가 자회사 돈을 빌려 쓰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 자회사에 현금이 쌓여 있고 모회사에는 투자나 배당에 쓸 돈이 필요할 때, 바깥 은행에서 빌리는 것보다 그룹 안에서 돌리는 쪽이 이자도 덜 들고 절차도 간단하다. 자회사가 모회사에 배당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시점이나 절차를 맞추기 어려우면 대여 형태를 택하기도 한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사이의 차입이 정확히 어떤 이유로 생겼는지는 공시에 나와 있지 않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가 지분 대부분을 가진 자회사이고 규모가 22조원에 가깝다는 점을 보면, 그룹 차원의 자금 운용으로 보는 게 자연스럽다.

분석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내부 차입을 두 가지로 읽어야 한다. 그룹 전체로 보면 왼쪽 주머니에서 오른쪽 주머니로 옮긴 돈이라 위험이 크지 않다. 연결에서는 지워진다. 하지만 모회사만 놓고 보면 계약상 만기가 있는 빚이다. 모회사의 채권자나 모회사 단독 신용을 보는 사람에게는 이 22조원이 중요한 숫자다. 연결과 별도 중 어느 쪽을 볼지는 결국 누구 입장에서 묻느냐에 달렸다.

이 차이는 채권 투자에서도 의미가 있다. 회사채를 산 투자자가 돈을 돌려받을 상대는 그룹 전체가 아니라 그 채권을 발행한 법인이다. 모회사가 발행한 채권이라면 모회사 별도 재무제표의 부채와 현금이 상환 능력을 직접 보여 준다. 그런데 연결 숫자만 보면 그룹 내부 차입이 지워져 있어서 모회사가 실제로 지고 있는 빚이 작아 보인다. 삼성전자처럼 그룹 전체가 튼튼하면 큰 문제가 아니지만, 자회사 돈을 빌려 쓰는 모회사의 신용이 약한 경우라면 이 차이가 채권자에게 꽤 중요한 정보가 된다. 연결과 별도를 함께 펴는 수고가 필요한 이유다.

연결과 별도, 어느 쪽을 볼까

연결이 항상 더 크고 더 진짜 숫자라는 생각은 이 사례로 꽤 흔들린다. 연결은 그룹 전체를 하나의 회사처럼 보여 주고, 별도는 모회사가 법적으로 지고 있는 의무를 보여 준다. 그룹 내부 차입이라도 모회사는 2025년 8월에 그 돈을 갚거나 연장해야 한다.

그룹 전체의 체력이 궁금하면 연결을, 특정 법인이 무엇을 언제 갚아야 하는지가 궁금하면 별도를 보면 된다. 차입금처럼 내부거래가 큰 항목은 두 표를 같이 펴 놓는 게 가장 확실하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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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같은 회사, 두 개의 부채 표
  2. 범인은 삼성디스플레이 차입금
  3. 유동부채가 38조원 늘었지만
  4. 모회사가 자회사에서 돈을 빌리는 이유
  5. 연결과 별도, 어느 쪽을 볼까
  6.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