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의 무보증사채 등급은 2025년 6월 한국신용평가에서 AA에서 AA-로 한 단계 내려갔다. 그런데 2026년 4월에 나온 제63회 회사채에는 AAA가 붙어 있다. 1년도 안 돼서 신용이 세 단계나 올라간 걸까.
답은 증권발행실적보고서의 '보증' 칸에 있다. 제63회는 보증사채다. AAA는 롯데케미칼의 등급이 아니라 보증을 선 쪽의 신용이 반영된 채권 등급이다.
두 번의 발행
| 공시 | 회차 | 발행금액, 억원 | 보증 구분 | 해당 발행 공시 등급 | 상환기일 |
|---|---|---|---|---|---|
| 2023-03-03 | 60-1 | 700 | 무보증 | AA+ | 2025-03-03 |
| 2023-03-03 | 60-2 | 3,950 | 무보증 | AA+ | 2026-03-03 |
| 2023-03-03 | 60-3 | 350 | 무보증 | AA+ | 2028-03-03 |
| 2026-04-28 | 63 | 4,000 | 보증 | AAA | 2029-04-27 |
2023년 3월 발행은 세 개 만기로 나눈 5,000억원 전액이 무보증, 등급은 AA+였다. 3년물 3,950억원이 대부분이라 금액 가중 평균 만기는 딱 3년이다. 2026년 4월 제63회는 4,000억원 한 건, 전액 보증부에 AAA다.
한국신용평가 2025년 보고서 첫 장에도 이 구분이 그대로 나온다. 일반 무보증사채는 AA-/안정적, 은행 등의 보증이 붙은 채권은 AAA/안정적. 같은 회사에 등급이 두 개 공존한다. 평가기관이 직접 "채권마다 등급이 다를 수 있다"고 보여 주는 셈이다.
참고로 2023년 발행은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2026년 발행은 NICE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의 등급이라 평가사 조합도 다르다.
전망이 '안정적'으로 바뀐 건 좋아진 걸까
2025년 정기평가에서 등급 전망은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바뀌었다. 이 부분을 긍정적인 신호로 읽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순서를 보면 그렇지 않다. 등급이 먼저 AA에서 AA-로 내려갔고, 내려간 그 자리에서 더 떨어질 압력은 크지 않다는 뜻이다. 부정적 전망이 결국 강등으로 현실화된 것이다.
등급 전망은 앞으로 1~2년 사이 등급이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에 대한 평가사의 의견이다. 그래서 '부정적' 전망이 붙으면 시장은 강등 가능성을 미리 반영하기 시작한다. 롯데케미칼은 그 신호가 실제 강등으로 이어진 경우였고, '안정적'은 그 뒤에 붙은 꼬리표다.
4,000억원을 빌려 4,600억원을 갚는다
두 발행 모두 돈을 쓰는 곳은 빚 갚기다. 2023년에는 회사채 2,800억원과 기업어음 2,200억원을 갚겠다고 적었고, 합하면 발행액 5,000억원과 같다.
2026년에는 상환 대상이 회사채 2,000억원과 600억원, 브릿지 CP 1,000억원 두 건으로 모두 4,600억원이다. 발행액 4,000억원보다 600억원 많다. 공시는 모자라는 돈을 자체 자금으로 메운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어떻게 갚았는지는 이 문서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
'브릿지 CP'라는 이름이 눈에 띈다. 회사채를 찍기 전까지 단기 기업어음으로 잠시 버틴 뒤, 회사채 대금으로 그걸 갚는 구조다. 새 돈이 들어온 게 아니라 빚의 만기와 형태를 바꾼 것에 가깝다.
AAA를 볼 때 확인할 것
등급이 내려간 회사가 높은 등급의 채권을 냈다는 소식을 보면 증권신고서의 보증 항목부터 찾아보는 게 순서다. 거기에 은행 이름이 있다면 그 AAA는 은행의 신용이다.
롯데케미칼 자체의 신용을 알고 싶다면 무보증사채 등급을 봐야 하고, 그건 2025년 6월 기준 AA-다. 이후 등급이 바뀌었는지는 평가사의 후속 보고서로 확인해야 한다.
보증을 받는 대가
보증사채는 회사 입장에서 공짜가 아니다. 은행이 보증을 서 주면 보통 보증 수수료를 받는다. 회사는 그 수수료를 내고 AAA 등급으로 낮은 금리에 회사채를 찍는다. 무보증으로 AA-급 금리를 내는 것과 보증 수수료에 AAA급 금리를 더한 것 중 어느 쪽이 싼지 따져서 고르는 셈이다. 이번 공시에는 수수료가 나와 있지 않아서 어느 쪽이 유리했는지 계산할 수는 없었다.
투자자에게 보증사채는 단순하다. 회사가 못 갚아도 보증한 은행이 갚아 주니 회사 신용과 상관없이 안전한 편이고, 그 대신 금리가 낮다. 같은 회사의 무보증 사채는 회사 신용을 그대로 떠안는 대신 금리가 높다. 신용이 흔들리는 회사의 채권을 산다면 보증이 붙었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상품을 사는 셈이다.
등급이 내려간 회사가 보증사채를 찍기 시작했다면, 무보증으로는 원하는 금리에 돈을 빌리기 어려워졌다는 신호일 수 있다. 롯데케미칼이 그런 경우였는지는 이 자료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 다만 2023년에 무보증으로 5,000억원을 찍었던 회사가 2026년에는 보증을 붙여 4,000억원을 찍었다는 변화 자체는 기억해 둘 만하다. 다음 발행에서 다시 무보증으로 돌아오는지가 회사 자체 신용이 회복됐는지를 보여 주는 단서가 될 것이다.
출처
- 2023년 제60회 증권발행실적보고서 · KIND 문서번호 20230303002256
- 2025년 6월 30일 한국신용평가 롯데케미칼 보고서
- 2026년 제63회 증권발행실적보고서 · KIND 문서번호 20260428002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