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를 두 번 나눠 찍어도 만기는 한 해에 몰린다

2024년 말 일반 사채의 상환 일정
2024년 말 일반 사채의 상환 일정 · 단위 백만원

한화오션이 2024년 말 갖고 있던 일반 회사채는 두 건이다. 제8-1회 200억원과 제8-2회 800억원. 만기는 2026년 5월 27일과 11월 27일이다. 회차는 둘로 나뉘어 있지만 연도로 보면 1,000억원 전부가 2026년에 돌아온다.

삼성전자 연결 사채도 비슷하다. 상환 일정이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세 해에 걸쳐 있는데 금액의 97.6%가 2025년 한 해에 몰려 있다.

"두 번에 나눠 발행했다", "3개년에 걸쳐 상환한다"는 설명은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 실제 부담이 어디에 쏠려 있는지는 그런 말로 알 수 없다.

연도별로 펼쳐 보면

연도별로 펼쳐 보면 · 표 1
연도별 배분, 백만원 삼성전자 연결 사채 한화오션 일반 사채
2025년 595,350 0
2026년 7,350 100,000
2027년 7,350 0
분석 대상 합계 610,050 100,000

삼성전자는 연결 사채 주석의 미할인 상환 스케줄을, 한화오션은 각 회차의 명목금액과 만기일을 그대로 옮겼다. 삼성전자 숫자는 연결 기준이라 자회사 Harman이 발행한 사채가 포함돼 있다. 본사가 국내에서 찍은 회사채로 읽으면 곤란하다.

한화오션의 장부금액은 할인발행차금을 빼서 99,601백만원이지만, 갚아야 할 돈은 명목 1,000억원이다. 계산은 양쪽 모두 명목 상환액으로 했다. 은행 차입금과 리스, 자본으로 분류된 전환증권은 넣지 않았다.

무엇으로 줄 세우느냐에 따라 순위가 뒤집힌다

무엇으로 줄 세우느냐에 따라 순위가 뒤집힌다 · 표 2
계산 결과 삼성전자 한화오션
최대 상환 연도 2025년 2026년
최대 연도 비중 97.5904% 100.0000%
연도별 HHI 0.952678 1.000000
2025년 상환 비중 97.5904% 0.0000%

HHI는 연도별 비중을 제곱해서 더한 값으로, 한 해에 전액이 몰리면 1이 된다. 쏠림으로 따지면 한화오션이 1등이다. 그런데 "내년에 갚을 돈이 얼마나 되나"로 줄을 세우면 삼성전자가 97.6%, 한화오션은 0%다. 같은 표에서 기준만 바꿨는데 순위가 정반대로 나온다. 둘 다 맞는 계산이고, 묻는 게 다를 뿐이다.

날짜로 쪼개면 또 달라진다

한화오션을 만기일 단위로 보면 5월에 20%, 11월에 80%다. 날짜 기준 HHI는 0.2²+0.8²=0.68로 연도 기준 1보다 한참 낮다. 같은 해의 두 날짜를 하나로 묶으면서 집중도가 올라간 것이다.

실제 자금 사정도 그렇다. 5월과 11월 사이에 여섯 달이 있으니 1,000억원을 한꺼번에 마련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2026년 한 해 자금계획 안에서 전액을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비율은 크기를 지운다

한화오션 1,000억원이 한 해에 다 몰린 것과 삼성전자 6,100억원 가운데 97%가 한 해에 몰린 것은 무게가 다르다. 집중도는 비율이라 이 차이를 보여 주지 못한다. 몰려 있다고 돈이 모자란다는 뜻도 아니다. 그 전에 현금을 모아 둘 수도, 차환할 수도 있으니 보유 현금과 영업현금까지 같이 봐야 한다.

만기표를 볼 때는 "얼마나 몰렸나"와 "언제 돌아오나"를 두 칸으로 따로 적어 두면 좋다. 집중도 숫자 하나로 위험 순위를 매기는 실수는 그것만으로도 꽤 막을 수 있다.

만기가 몰리면 회사는 어떻게 대비하나

한 해에 만기가 몰려 있다는 건 회사도 당연히 안다. 보통 몇 가지 방법으로 대비한다. 가장 흔한 건 만기 몇 달 전에 새 회사채를 찍어 그 돈으로 옛 회사채를 갚는 차환이다. 시장 상황이 좋을 때 미리 찍어 두면 만기 직전에 금리가 오르는 위험을 피할 수 있다.

다른 방법은 만기에 맞춰 현금을 모아 두거나 금융상품에 넣어 두는 것이다. 은행과 대출 약정을 미리 맺어 두기도 한다. 회사채 시장이 막혀도 은행 대출로 갚을 수 있게 하는 일종의 보험이다.

이런 대비가 되어 있는지는 공시로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만기 몇 달 전에 새 회사채 발행 공시가 나왔는지, 자금 용도에 '채무상환'이 적혀 있는지 보면 된다. 한화오션의 이 두 회차도 2024년 11월에 채무상환 목적으로 발행된 것이었다. 2026년 만기가 다가오면 비슷한 차환 공시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의 2025년 만기는 사실상 하만 사채 한 건이었고, 연결 현금 53조원대 규모를 생각하면 상환 자체가 어려운 금액은 아니다. 만기 집중도는 결국 회사 규모와 대비 수단을 함께 볼 때 의미가 생긴다. 같은 100% 집중이라도 현금이 넉넉한 회사와 빠듯한 회사에서 무게가 전혀 다르다.

만기 분석에 하나 더 얹을 것은 차환할 회사채의 금리다. 낮은 금리로 찍었던 회사채가 금리가 오른 시기에 만기를 맞으면 차환하는 순간 이자가 크게 늘어난다. 집중도와 시점에 금리까지 더하면 만기 분석은 '언제, 얼마를, 얼마의 비용으로'라는 세 질문이 된다. 이 셋을 함께 적어 두면 충분하다. 한화오션의 경우 2026년의 차환 금리가 그 마지막 질문의 답이 된다.

출처

원문 링크

목차
  1. 연도별로 펼쳐 보면
  2. 무엇으로 줄 세우느냐에 따라 순위가 뒤집힌다
  3. 날짜로 쪼개면 또 달라진다
  4. 비율은 크기를 지운다
  5. 만기가 몰리면 회사는 어떻게 대비하나
  6.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