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퓨처엠의 2023년 연결 현금흐름표는 첫 줄부터 눈에 걸린다. 당기순이익은 44억원인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4,448억원이다. 장부로는 흑자를 냈는데, 영업에서 현금이 4,500억원 가까이 빠져나갔다.
이런 조합을 보면 이익을 부풀린 것 아니냐는 의심부터 나온다. 현금흐름표를 위에서 아래로 따라가 보면 답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팔긴 팔았는데 돈을 아직 못 받았다.
위에서 아래로 따라가면
| 연결 기준, 억원 | 2021년 | 2022년 | 2023년 |
|---|---|---|---|
| 당기순이익 | 1,337.62 | 1,219.29 | 44.35 |
| 순이익+조정항목 | 2,347.08 | 2,989.41 | 2,768.53 |
| 영업자산·부채 변동 | -1,416.85 | -3,654.74 | -6,161.16 |
| 이자·배당·법인세 현금항목 순액 | 100.14 | 55.79 | -1,055.83 |
| 영업현금흐름 | 1,030.37 | -609.54 | -4,448.46 |
순이익 44억원에 감가상각비 같은 비현금 항목을 되돌려 더하면 2,769억원이 된다. 여기까지는 멀쩡하다. 탈이 난 건 그다음 줄이다. 영업자산·부채 변동으로 6,161억원이 나갔고, 이자와 법인세로 1,056억원이 더 나갔다. 그렇게 계산한 값이 공시된 영업현금흐름과 원 단위까지 맞는다.
자료는 2024년 3월 26일 제출된 정정 사업보고서다. 현금흐름표 본문은 원 단위, 주석은 천원 단위라 주석 숫자는 본문과 섞지 않고 따로 계산했다.
6,161억원은 어디에 묶였나
| 주요 구성항목 | 현금흐름 영향, 억원 |
|---|---|
| 매출채권 감소·증가 | -4,818.24 |
| 재고자산 감소·증가 | -1,376.77 |
| 선급금 감소·증가 | 244.85 |
| 매입채무 증가·감소 | -249.82 |
| 미지급금 증가·감소 | 245.48 |
| 미지급비용 증가·감소 | 112.18 |
매출채권 하나가 4,818억원으로 순유출의 78% 정도를 차지한다. 재고 1,377억원을 더하면 두 항목만으로 순유출 전체를 조금 넘는다. 다른 항목에서 들어온 돈이 일부를 메워 준 셈이다.
양극재 같은 소재는 납품하고 대금을 받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 사이 장부에는 매출과 이익이 먼저 잡히고 현금은 채권으로 남는다. 매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제조업체에서 흔한 모습이다.
2022년에 이미 시작됐다
2021년에는 순이익과 영업현금이 모두 플러스였다. 2022년에는 순이익 1,219억원을 내고도 영업현금이 -610억원으로 돌아섰고, 2023년에는 그 격차가 커졌다.
순이익에 조정항목을 더한 금액은 2022년 2,989억원, 2023년 2,769억원으로 비슷하다. 그러니까 2023년의 현금 적자는 이익이 줄어서라기보다 운전자본이 더 많은 돈을 빨아들여서 생겼다.
매출채권만 없었다면
영업자산·부채 변동을 통째로 0으로 놓으면 영업현금흐름은 약 1,713억원 흑자다. 매출채권 유출만 빼도 약 370억원 흑자가 된다. 매출채권 하나가 영업현금 적자 전체보다 크다는 뜻이다. 물론 외상 없이 매출만 낼 수는 없으니, 크기를 가늠해 보는 계산일 뿐이다.
그래서 어떻게 볼까
흑자 기업이 한 해 현금 적자를 냈다고 바로 경고등을 켤 일은 아니다. 신경 써야 할 건 이 상태가 몇 년째 이어지는지, 그리고 쌓인 매출채권이 실제로 현금이 되어 돌아오는지다. 포스코퓨처엠은 2023년에 이미 두 해째였다. 그 다음 해 보고서를 본다면 매출채권 회수와 영업현금의 부호부터 확인하겠다. 거래처별 회수 사정이나 재고의 질은 이 표만으로는 알 수 없다.
이익의 질을 보는 간단한 방법
순이익과 영업현금을 나란히 놓는 건 '이익의 질'을 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오래 건강하게 굴러가는 회사라면 영업현금이 순이익과 비슷하거나 더 크다. 감가상각 같은 비현금 비용이 있기 때문이다. 영업현금이 순이익보다 몇 년째 작다면 이익의 상당 부분이 현금이 아니라 채권이나 재고 형태로 쌓이고 있다는 뜻이다.
포스코퓨처엠은 2021년 영업현금 1,030억원이 순이익 1,338억원보다 작았고, 2022년과 2023년은 영업현금이 아예 마이너스였다. 3년 내내 영업현금이 순이익을 밑돌았다. 숫자만 보면 이익의 질이 낮아 보이는 패턴이다.
다만 이 기준을 성장기 회사에 그대로 대면 곤란하다. 매출이 해마다 크게 늘면 채권과 재고도 따라 늘어서 영업현금이 이익을 밑도는 게 자연스럽다. 그래서 이 지표는 성장률과 함께 봐야 한다. 성장이 둔화됐는데도 영업현금이 계속 이익을 밑돈다면 그때가 진짜 경고다.
이 회사의 다음 몇 년을 본다면 매출 증가율이 꺾이는 시점에 영업현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성장이 멈추면 채권과 재고에 묶였던 돈이 풀리면서 영업현금이 순이익보다 커지는 게 정상적인 모습이다.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쌓인 채권이나 재고 자체를 의심해 봐야 한다.
같은 시각은 거래 상대를 고를 때도 쓸 수 있다. 납품하는 회사 입장에서 고객사의 영업현금이 몇 년째 순이익을 밑돈다면 대금 결제가 늦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둘 만하다. 영업현금이 넉넉한 고객사라면 결제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 숫자 두 줄이면 되는 점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