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비용 증가"라는 문구를 보면 대부분 이자 부담이 커졌다고 받아들인다. 삼성전자의 2024년은 그 반대였다. 금융비용 합계는 3,402억원 늘었는데 그 안의 이자비용은 263억원 줄었다. 금리 탓을 하기 전에 금융비용이라는 이름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부터 봐야 하는 이유다.
이자는 금융비용의 일부일 뿐이다
금융비용에는 이자비용 말고도 외환차손, 외화환산손실, 파생상품 평가손실과 거래손실이 함께 들어간다. 수출 비중이 큰 회사라면 환율 관련 손실이 이자보다 훨씬 클 수 있다.
| 연결 기준, 백만원 | 삼성전자 2023 | 삼성전자 2024 | 한화오션 2023 | 한화오션 2024 |
|---|---|---|---|---|
| 이자비용 | 930,253 | 903,918 | 159,033 | 172,514 |
| 금융비용 합계 | 12,645,530 | 12,985,684 | 898,892 | 1,172,190 |
삼성전자의 2024년 금융비용은 13조원 가까이 되는데 그중 이자비용은 9,039억원, 7%가 안 된다. 나머지 93%는 차입 이자와 상관없는 항목이다. "금융비용이 늘었다"는 말은 맞지만 이걸 "이자가 늘었다"로 바꾸면 방향까지 틀린다.
삼성전자 쪽을 조금 더 보면, 2024년 금융비용 12조9,857억원 가운데 외환차이가 11조3,606억원이다. 해외 매출과 해외 법인이 많은 회사라 환율이 움직일 때마다 큰 금액이 금융비용과 금융수익 양쪽에 동시에 잡힌다. 그래서 금융비용 합계가 늘었다는 사실 하나보다, 같은 해 금융수익이 얼마였는지를 나란히 보는 쪽이 훨씬 많은 걸 알려 준다. 이 글에서는 금융수익 숫자까지 표로 옮기지는 않았다.
한화오션은 둘 다 늘었지만 속도가 다르다
한화오션은 이자비용이 8.5%, 금융비용 합계는 30.4% 늘었다. 방향은 같은데 증가율이 세 배 반 차이다. 금융비용 증가율을 이자 부담 증가로 옮겨 적으면 실제보다 심각하게 전달된다.
| 산출 지표 | 삼성전자 | 한화오션 |
|---|---|---|
| 이자비용 증감액, 백만원 | -26,335 | +13,481 |
| 이자비용 증감률 | -2.8310% | +8.4769% |
| 금융비용 증감액, 백만원 | +340,154 | +273,298 |
| 금융비용 증감률 | +2.6899% | +30.4039% |
| 2024년 금융비용 중 이자비용 비중 | 6.9609% | 14.7172% |
한화오션 금융비용 주석을 펼치면 이유가 그대로 보인다. 2024년 이자비용 1,725억원 옆에 외화환산손실 2,562억원, 외환차손 2,315억원, 통화선도평가손실 3,124억원, 통화선도거래손실 1,991억원이 있다. 통화선도 두 줄만 더해도 이자비용의 세 배 가까이 된다.
같은 보고서에는 금융수익도 따로 잡혀 있어서, 금융비용만 보고 순손실이 그만큼 났다고 할 수는 없다.
금융비용 중 이자 비중이 삼성전자 7%, 한화오션 15%라는 차이도 두 회사의 차입금리 차이로 읽으면 안 된다. 분모에 회사마다 전혀 다른 환율·파생 손실이 들어 있다.
환헤지 손실은 정말 손해일까
한화오션 금융비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통화선도 손실은 언뜻 회사가 환율로 돈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조선사의 환헤지는 구조가 조금 다르다. 배를 달러로 팔기로 계약하면 몇 년에 걸쳐 대금을 받는데, 그사이 원화가 강해지면 받을 돈이 원화로 줄어든다. 이걸 막으려고 미리 달러를 정해진 환율에 파는 선물환 계약을 맺는다.
원화가 약해져 환율이 오르면 선물환 계약에서는 손실이 난다. 미리 정한 낮은 환율로 달러를 넘겨야 하기 때문이다. 대신 앞으로 받을 선박 대금은 원화로 그만큼 늘어난다. 두 효과가 서로 상쇄되도록 짠 구조다. 선물환 손실만 떼어 보면 손해 같지만, 사업 전체로 보면 환율을 미리 고정해 둔 대가에 가깝다.
문제는 회계상 두 효과가 같은 시점, 같은 줄에 잡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선물환 손실은 금융비용에 바로 잡히고, 선박 대금 증가는 공사가 진행되면서 매출에 나뉘어 반영된다. 그래서 환율이 크게 움직인 해에는 금융비용만 튀는 것처럼 보인다.
이자비용과 환율 손익을 나눠 보는 습관은 다른 수출 기업에도 그대로 쓸 수 있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처럼 달러 매출이 큰 업종은 환율이 크게 움직인 해마다 금융비용과 금융수익이 함께 부풀어 오르기 쉽다. 그런 해에 금융비용 증가율만 보고 재무 부담을 판단하면 틀리기 쉽다. 금융비용에서 이자비용만 따로 떼어 보고, 남은 부분은 금융수익의 같은 항목과 맞춰 순액으로 보는 게 기본이다. 그렇게 정리하면 회사의 진짜 차입 부담과 환율 영향이 각각 얼마였는지 분명해진다. 삼성전자와 한화오션 두 회사만 봐도 그 차이가 이렇게 컸다. 금융비용이라는 한 줄 뒤에는 서로 다른 이야기가 여러 개 숨어 있다.
정리하면
기사나 리포트에서 "금융비용 증가로 차입 부담이 커졌다"는 문장을 보면 주석의 이자비용 한 줄부터 찾아보자. 삼성전자처럼 이자는 오히려 줄었을 수도 있고, 한화오션처럼 늘긴 했어도 금융비용 증가의 일부만 설명할 수도 있다. 업종마다 한 회사씩만 본 것이라 업종 전체의 흐름으로 넓히기는 어렵다.
출처
- 사업보고서 · DART 접수번호 20250311001085
- 공식 2024 연결 감사보고서
- 2024 사업보고서 원문 · KIND 문서번호 20250314005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