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를 많이 쓰는 회사는 2019년 리스회계가 바뀐 뒤로 부채비율이 실제보다 높아 보인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그렇다면 리스부채를 빼고 비교하면 회사들 사이 순서가 바뀔까. LG전자(2021년 6월 말)와 DL(2023년 말)로 해 보니 격차는 줄었지만 순서는 그대로였다. 오히려 순서가 뒤집혀 보인 건 한쪽에서만 리스를 뺐을 때였다.
숫자
| 금액, 백만원 | LG전자 2021년 6월 말 | DL 2023년 말 |
|---|---|---|
| 부채총계 | 31,965,236 | 7,586,162.395568 |
| 자본총계 | 18,701,647 | 4,533,401.164317 |
| 리스부채 합계 | 871,621 | 154,861 |
| 공시 부채/자본 | 170.9220% | 167.3393% |
LG전자 리스부채는 유동 2,686억원과 비유동 6,031억원을 더한 값이고, DL은 재무활동 부채 조정표의 기말 리스 잔액이다. 부채총계에서 리스부채 한 줄만 빼고 자본은 그대로 뒀다. LG전자의 리스부채는 DL의 다섯 배가 넘지만 자본도 네 배 넘게 커서, 부채비율에 보태는 폭은 생각만큼 벌어지지 않는다.
| 직접 계산한 지표 | LG전자 관측값 | DL 관측값 |
|---|---|---|
| 공시 부채비율 | 170.9220% | 167.3393% |
| 리스 차감 후 비율 | 166.2614% | 163.9233% |
| 리스로 인한 산술 차이 | 4.6607%포인트 | 3.4160%포인트 |
| 공시 비율 내림차순 | 1위 | 2위 |
| 리스 차감 비율 내림차순 | 1위 | 2위 |
리스를 빼면 LG전자는 4.7%포인트, DL은 3.4%포인트 내려간다. LG전자 쪽이 1.2%포인트쯤 더 내려가니 격차는 좁혀진다. 하지만 처음 격차가 3.6%포인트라 다 따라잡지는 못하고, 조정 뒤에도 LG전자가 2.3%포인트 높다.
결국 순서가 바뀌느냐는 두 가지로 정해진다. 원래 부채비율이 얼마나 벌어져 있었는지, 그리고 자본에 비해 리스가 얼마나 큰지. 리스를 빼면 순위가 바뀐다고 단정할 수도, 절대 안 바뀐다고 할 수도 없다.
한쪽만 빼면 생기는 착시
LG전자에서만 리스를 빼면 166.26%가 된다. 이걸 DL의 공시 비율 167.34%와 나란히 놓으면 LG전자가 더 낮아져 순서가 뒤집힌 것처럼 보인다. DL에도 똑같이 리스를 빼면 163.92%로 내려가 원래 순서로 돌아온다.
여러 출처에서 숫자를 모아 비교표를 만들 때 이런 일이 꽤 자주 생긴다. 어떤 회사는 '조정 부채비율'이고 어떤 회사는 공시 그대로인데, 열 제목에는 그냥 '부채비율'이라고 적혀 있는 식이다. 그러면 실제로는 없는 변화가 표에 나타난다.
리스를 빼는 게 맞을까
리스부채만 뺀 이 계산은 리스회계를 처음부터 되돌린 것과 다르다. 그러려면 사용권자산, 감가상각, 이자, 이익잉여금까지 다 다시 써야 하는데 공개 자료로는 불가능하다. 이 숫자는 "리스가 부채비율에 몇 퍼센트포인트를 보태고 있나"를 보는 민감도 정도로 쓰는 게 맞다.
리스는 계약에 따라 정해진 날 돈을 내야 하는 의무다. 빼고 보면 부채비율이 낮아지지만 갚을 돈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래서 나는 리스를 뺀 비율을 주 지표로 쓰기보다 공시 비율 옆에 참고로 붙여 두는 쪽을 택한다.
두 관측값의 시점과 업종이 다르니 이 결과를 두 회사의 현재 순위로 읽지는 말자.
비교표를 만들 때 지킬 것
이 글에서 본 착시는 표를 만들 때 몇 글자만 더 적었어도 막을 수 있었다. LG전자 2021년 반기와 DL 2023년 말처럼 시점이 다르면 열 옆에 기준일을 적고, 연결인지 별도인지도 같이 적는다. 조정을 했다면 '부채비율(리스 제외)'처럼 무엇을 뺐는지 열 제목에 넣는다. 귀찮아 보여도 나중에 표를 다시 볼 사람, 대개는 몇 달 뒤의 나 자신에게 꼭 필요한 정보다.
여러 출처에서 데이터를 모을수록 이 표기가 중요해진다. 증권사 자료, 데이터 서비스, 회사 IR 자료가 같은 이름의 지표를 서로 다르게 계산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데이터 서비스에서 받은 숫자는 계산 방식을 확인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럴 때는 한두 회사만이라도 사업보고서 원문으로 직접 계산해서 서비스 숫자와 맞는지 확인해 보면 된다. 맞으면 같은 서비스의 다른 회사 숫자도 어느 정도 믿을 수 있고, 안 맞으면 어떤 조정이 들어갔는지 찾아봐야 한다.
LG전자와 DL처럼 부채비율 차이가 3.6%포인트밖에 안 되는 회사들을 비교할 때는 이런 작은 기준 차이가 순위를 바꾼다. 차이가 작을수록 기준을 더 엄격하게 맞춰야 한다.
참고로 LG전자만 리스를 뺐을 때 순서가 뒤집혀 보인 건, LG전자의 리스 조정 폭 4.7%포인트가 원래 차이 3.6%포인트보다 컸기 때문이다. 양쪽을 똑같이 조정하면 조정 폭의 차이는 1.2%포인트로 원래 차이의 3분의 1 정도라 순서가 유지됐다. 순서가 바뀔지 미리 가늠하고 싶다면 두 회사의 리스부채를 자본으로 나눈 값의 차이와 원래 부채비율 차이를 먼저 비교해 보면 된다. 앞의 것이 뒤의 것보다 크면 순서가 실제로 뒤집힌다. 이 계산 한 줄이면 조정이 결론을 바꿀지 아닐지 바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