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저축은행 업권 숫자는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7.75%에서 10.66%로 뛰었는데, 그해 비용으로 잡은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3조8,881억원에서 3조7,101억원으로 1,780억원 줄었다. 부실은 늘었는데 충당금 비용은 줄어든 것이다.
같은 자료에 '대손충당금적립률 113.2%'라는 숫자도 있다. 이름만 보면 부실채권 100원당 충당금 113원을 쌓아 뒀다는 말처럼 읽힌다. 각주를 보면 전혀 다른 숫자다.
2024년 저축은행에 무슨 일이 있었나
2024년은 저축은행 업권에 힘든 해였다.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늘렸던 부동산 PF 대출과 개인 대출에서 부실이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금리가 오르면서 빌린 쪽의 상환 부담이 커졌고, 분양이 안 되는 사업장도 늘었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업권 전체가 2023년과 2024년 두 해 연속 순손실을 냈다.
이런 상황에서 저축은행들은 대출을 줄이는 쪽을 택했다. 새 대출을 보수적으로 내주고 부실 채권은 팔거나 상각했다. 대출금이 1년 새 6% 가까이 줄어든 게 그 결과로 보인다. 대출이 줄면 부실 비율의 분모가 작아지니 비율은 더 빨리 오른다. 아래에서 숫자로 확인할 분모 효과가 바로 이것이다.
같은 자료에 나오는 충당금 적립률 113.2%도 이런 배경에서 읽어야 한다. 이 숫자가 실제로 무엇을 나눈 값인지는 이름만 보면 오해하기 쉬워서 따로 짚었다.
개별 저축은행을 볼 때는 업권 평균보다 그 회사의 부동산 PF 비중, 고정이하여신비율, BIS 비율을 먼저 확인하는 편이 낫다. 업권 숫자가 나빠도 PF 비중이 낮은 곳은 상대적으로 괜찮을 수 있고, 업권 평균보다 나쁜 곳도 있다. 저축은행은 분기마다 경영공시를 내니 거기서 이 숫자들을 찾을 수 있다.
업권 통계와 개별 회사 공시를 함께 볼 때는 기준일과 잠정 여부를 맞춰야 한다. 이 글의 자료는 잠정치라 나중에 확정치가 나오면 숫자가 조금 바뀔 수 있다. 개별 회사 경영공시는 확정된 결산 숫자라 업권 잠정치와 바로 견주면 작은 차이가 생긴다. 큰 흐름을 보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소수점 단위로 비교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같은 기준끼리 견주는 게 기본이다.
113.2%는 무엇을 나눈 값인가
금융감독원 표 각주에 정의가 나와 있다. '대손충당금 실적립액/요적립액', 미사용약정 포함. 규정상 쌓아야 하는 금액보다 13% 남짓 더 쌓았다는 뜻이다. 부실채권을 얼마나 덮고 있는지 보여 주는 커버리지 비율과는 분모가 다르다.
그래서 이 자료만으로는 부실채권 대비 충당금이 몇 퍼센트인지 계산할 수 없다. 고정이하여신 금액도, 충당금 잔액도 표에 없다. 113.2%를 근거로 "부실은 충분히 대비돼 있다"고 쓴 글을 본다면 분모를 바꿔 읽은 것이다.
숫자 정리
| 저축은행 업권 집계 | 2023년 또는 연말 | 2024년 또는 연말 | 직접 계산한 변화 |
|---|---|---|---|
| 고정이하여신비율 | 7.75% | 10.66% | +2.91%포인트 |
| 대손충당금적립률 | 113.8% | 113.2% | -0.6%포인트 |
| 연간 대손충당금전입액, 억원 | 38,881 | 37,101 | -4.5781% |
| 연말 대출금, 억원 | 1,039,589 | 977,581 | -5.9647% |
| 연간 순손실 규모, 억원 | 5,758 | 3,974 | 30.9830% 축소 |
금융감독원의 「2024년 저축은행 및 상호금융조합 영업실적(잠정)」(2025년 3월 21일 보도)에서 저축은행 부분만 가져왔다. 잠정치라 확정 통계와는 조금 다를 수 있다.
비율이 오른 이유는 두 가지가 섞여 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91%포인트 올랐다. 상대적으로 보면 37.5%가 오른 셈인데, 그렇다고 부실채권 금액이 37.5% 늘었다고 읽으면 안 된다. 같은 기간 대출금이 6% 가까이 줄었기 때문이다. 분모가 줄면 부실 금액이 그대로여도 비율은 오른다.
대출을 줄이는 와중에 부실 비율이 뛰었다면 분모 효과와 실제 부실 증가가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아쉽게도 부실 금액이 공개되지 않아 둘을 나눠 볼 수는 없었다.
비용은 줄었는데 부담은 늘었다
전입액을 연말 대출금으로 나눠 보면 2023년 3.74%, 2024년 3.80%다. 전입액이 줄긴 했지만 대출이 더 빨리 줄어서 대출 대비 비용 부담은 오히려 조금 올라갔다.
| 연구자가 계산한 보조 지표 | 2023년 | 2024년 |
|---|---|---|
| 연간 충당금전입액/연말 대출금 | 3.7400% | 3.7952% |
| 요적립액 대비 적립률의 초과분 | 13.8%포인트 | 13.2%포인트 |
첫 줄은 감독당국이 내는 공식 대손비용률이 아니라 연말 잔액으로 나눈 단순 비율이다. 방향을 보는 용도로만 쓰면 된다.
순손실은 5,758억원에서 3,974억원으로 줄었다. 적자 폭이 줄어든 건 맞지만 같은 해 부실 비율이 크게 올랐으니 건전성이 좋아졌다고 보기는 이르다.
충당금 숫자를 보면 세 가지를 먼저 묻게 된다. 1년 동안의 비용인가, 연말 잔액인가, 그리고 무엇을 분모로 한 비율인가. 2024년 저축은행처럼 숫자들이 엇갈릴 때는 이 질문만으로도 정리가 꽤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