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퓨처엠의 2023년은 겉으로 보면 걱정할 게 없다. 순이익은 흑자였고 연말 현금은 연초보다 1,082억원 늘었다. 그런데 현금흐름표를 펼치면 영업에서도 현금이 빠져나갔고, 투자로는 그보다 많은 돈이 나갔다. 그 빈자리를 메운 건 빌린 돈이었다.
이런 회사의 '현금 소진기간'을 계산하면 몇 개월이 나올까. 정의에 따라 3개월도, 10개월도 나온다.
현금은 이렇게 늘었다
| 항목 | 2023년, 억원 |
|---|---|
| 기초 현금및현금성자산 | 2,813.80 |
| 영업활동현금흐름 | -4,448.46 |
| 투자활동현금흐름 | -10,314.18 |
| 재무활동현금흐름 | 15,915.74 |
| 환율변동효과 | -71.11 |
| 기말 현금및현금성자산 | 3,895.79 |
2024년 3월 정정 사업보고서의 연결 현금흐름표다. 영업과 투자로 1조4,763억원이 나갔고 재무활동으로 1조5,916억원이 들어왔다. 빌린 돈이 영업과 투자로 나간 돈을 다 덮고 조금 남았다. 그 덕에 현금이 늘었다.
재무활동 안을 보면 차입금으로 6,829억원, 사채로 1조3,489억원을 조달했다. 둘을 더하면 재무활동 순유입보다 크다. 그 사이 상환과 배당으로 나간 돈이 있어서다.
소진기간 세 가지
소진기간은 가진 현금을 1년 순유출로 나누고 12를 곱한 값으로 잡았다. 1년 내내 같은 속도로 돈이 나가고 추가 조달이 없다는 가정이다.
| 분자와 분모의 정의 | 계산 결과 |
|---|---|
| 기초 현금 / 영업·투자 순유출 ×12 | 2.2872개월 |
| 기말 현금 / 영업·투자 순유출 ×12 | 3.1667개월 |
| 기말 현금 / 영업 순유출만 ×12 | 10.5091개월 |
투자를 넣으면 3개월, 빼면 10개월 반이다. 같은 해, 같은 현금인데 세 배 넘게 차이 난다.
10개월 반을 회사 소진기간이라고 소개하면 1조원 넘는 투자 유출을 뺐다는 사실이 묻힌다. 반대로 3개월을 "석 달 뒤 위기"처럼 쓰면 투자를 미루거나, 돈을 더 빌리거나, 자산을 팔 수 있는 실제 선택지를 다 무시하게 된다. 숫자가 자극적일수록 어떤 정의를 썼는지 먼저 의심하는 게 안전하다.
조달이 없었다면
재무활동을 0으로 놓고 나머지를 그대로 두면 연말 현금은 -1조2,020억원이 된다. 같은 투자를 하려면 1조2천억원이 더 필요했다는 뜻이다. 물론 실제로 돈을 못 빌렸다면 회사는 투자를 줄였을 것이다. 이 숫자는 그해 회사가 외부 자금에 얼마나 기대고 있었는지 크기를 보여 줄 뿐이다.
소진기간보다 돈이 들어온 길
이 사례에서 개월 수보다 중요한 건 돈이 어디서 왔느냐였다. 2023년 포스코퓨처엠은 2차전지 소재 증설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하던 중이었고, 그 돈은 영업이 아니라 회사채와 차입에서 나왔다. 성장기 회사에서 흔한 구조이고 그 자체로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이런 구조라면 다음 해에도 같은 규모로 빌릴 수 있는지가 핵심 질문이 된다. 그 답은 이 공시에 없다. 금리와 업황, 신용등급이 다 걸린 문제다. 흑자에 현금까지 늘었다는 두 줄만 보고 넘어가면 이 질문 자체를 놓치게 된다.
현금은 현금및현금성자산만 셌고 단기금융상품이나 미사용 여신한도는 넣지 않았다.
이 구조가 몇 년 이어지면
영업과 투자로 1조5천억원 가까이 나가고 그만큼을 빌려 메우는 구조가 몇 년 이어지면 빚은 빠르게 쌓인다. 실제로 같은 해 포스코퓨처엠의 차입금과 사채 장부잔액은 1조3,913억원에서 2조8,979억원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돈을 빌려 공장을 짓는 동안 이자는 먼저 나가고, 그 공장이 매출을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다음 해 공시를 열면 가장 먼저 궁금한 건 영업현금흐름의 부호다. 2023년 영업현금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이 매출채권 증가였으니, 그 채권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플러스로 돌아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소진기간이라는 계산 자체가 의미를 잃는다. 버티는 문제가 아니라 번 돈을 얼마나 다시 투자하느냐의 문제로 바뀌기 때문이다.
영업현금이 여전히 마이너스라면 이야기는 투자와 조달로 넘어간다. 공장 투자를 계획대로 밀고 나갔는지, 그 돈을 이번에도 빌려서 메웠는지. 거기까지 오면 앞에서 던진 질문, 다음 해에도 같은 규모로 빌릴 수 있느냐로 다시 돌아온다. 소진기간은 그 질문까지 가는 길목에 놓인 숫자 정도로 보면 된다.
소진기간은 같은 회사의 여러 해를 비교할 때 더 쓸모가 있다. 2022년과 2023년을 같은 정의로 계산해 나란히 놓으면 회사의 자금 사정이 빠듯해지고 있는지 여유로워지고 있는지 방향이 보인다. 다른 회사와 비교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 공장을 짓는 중인 회사와 다 지은 회사의 소진기간을 나란히 놓고 우열을 가리는 건 의미가 없다. 같은 회사, 같은 정의로 시간을 따라가는 쪽이 훨씬 정직한 비교다. 포스코퓨처엠이라면 2024년 숫자를 같은 정의로 다시 계산해 2023년 옆에 놓아 보는 것이 다음 순서다.
출처
- 정정 사업보고서 · DART 접수번호 20240326000383
- 공식 보고서 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