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잉여현금흐름(FCF)은 2023년 -16조4천억원에서 2024년 +19조2천억원으로 35조6천억원 좋아졌다. 이런 숫자를 보면 "설비투자를 줄여서 잉여현금이 늘었다"는 설명이 먼저 떠오른다. 쪼개 보니 투자 감소 몫은 5분의 1도 안 됐다.
기본 계산
| 항목, 백만원 | 2023년 | 2024년 |
|---|---|---|
| 영업현금흐름 | 44,137,427 | 72,982,621 |
| 유형자산 취득 현금유출 | 57,611,292 | 51,406,355 |
| 무형자산 취득 현금유출 | 2,922,875 | 2,335,284 |
| 기본 FCF | -16,396,740 | 19,240,982 |
여기서 FCF는 영업현금흐름에서 유형자산과 무형자산을 사는 데 쓴 현금을 뺀 값이다. 회계기준에 정해진 FCF 정의는 없어서 회사나 증권사마다 계산법이 조금씩 다르다.
2023년은 반도체 불황으로 영업현금이 44조원에 그쳤는데 설비투자에 60조원 넘게 썼다. 그래서 마이너스였다.
35조6천억원은 어디서 왔나
| 개선 요인 | 기여액, 백만원 | 방향 |
|---|---|---|
| 영업현금흐름 증가 | 28,845,194 | 잔여 현금 증가 |
| 유형자산 취득 유출 감소 | 6,204,937 | 잔여 현금 증가 |
| 무형자산 취득 유출 감소 | 587,591 | 잔여 현금 증가 |
| 합계 | 35,637,722 | 기본 FCF 개선 |
개선분의 81%가 영업현금 증가에서 나왔다. 설비투자 감소는 6조2천억원, 무형자산까지 합쳐도 6조8천억원으로 19%다. 삼성전자는 2024년에도 유형자산에 51조원을 썼다. 투자를 크게 줄인 게 아니라 메모리 업황이 살아나면서 번 돈이 늘어난 것이다.
이 표를 처음 만들었을 때 예상보다 투자 감소 몫이 작아서 놀랐다. "투자를 줄여서 FCF가 좋아졌다"는 설명을 그대로 믿었다면 틀린 이해를 갖고 있었을 것이다.
정의를 바꾸면
| 지표 정의, 백만원 | 2023년 | 2024년 |
|---|---|---|
| 영업현금−유형 취득 | -13,473,865 | 21,576,266 |
| 기본: 영업현금−유형·무형 취득 | -16,396,740 | 19,240,982 |
| 기본−리스원금 상환 | -17,495,684 | 18,056,194 |
| 위 값−사업결합 현금유출 | -17,852,195 | 17,914,038 |
| 기본+유형·무형 처분 현금 | -16,286,655 | 19,413,042 |
같은 2024년인데 정의에 따라 17조9천억원에서 21조6천억원까지 나온다. 무형자산 취득을 빼느냐 마느냐로 2조3천억원이 갈린다.
리스 처리가 가장 헷갈린다. 리스원금 상환은 재무활동으로 분류돼서 영업현금에서 출발하는 FCF에는 자동으로 빠져 있지 않다. 빌려 쓰는 자산의 부담까지 보려면 1조1,848억원을 따로 빼야 한다. 반대로 리스이자는 이미 영업현금에 들어가 있어서 또 빼면 이중 차감이 된다. FCF 계산에서 실수하기 가장 쉬운 부분이다.
남은 돈이 다 배당 재원은 아니다
19조원이든 17조9천억원이든, 이걸 전부 주주에게 돌려줄 수 있는 돈으로 보면 안 된다. 빚 상환, 금융상품 투자, 해외 법인에 묶인 현금은 이 계산에 들어 있지 않다. 그리고 기존 공장을 유지하는 투자와 새 라인을 까는 투자를 구분하지 못한 채 다 뺐다는 한계도 있다.
증권사 리포트나 기사에서 FCF를 비교하는 표를 보면 각주부터 읽는 편이다. 무형자산, 리스, 인수, 자산 처분 중 무엇이 들어갔는지 모르면 같은 이름의 다른 숫자를 비교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마이너스였던 2023년을 다시 보면
2023년 FCF -16조4천억원은 숫자만 보면 나쁜 신호다. 내용을 보면 영업현금이 44조원으로 줄어든 해에 설비와 무형자산에 60조5천억원을 썼기 때문에 생긴 마이너스다. 업황이 나쁜 해에 투자를 줄이지 않고 유지한 결과다. 그해 감가상각비와 무형자산상각비를 합친 38조7천억원보다 22조원 가까이 더 썼으니, 기존 설비를 유지하는 수준을 넘어 생산능력을 늘리거나 바꾸는 데 돈을 쓴 셈이다.
그 선택이 옳았는지는 이 표로 판단할 수 없다. 다만 FCF가 마이너스라는 사실만으로 "현금을 못 버는 회사"라고 단정하면 틀린다는 건 분명하다. 그해에도 영업은 44조원을 벌었다.
FCF를 볼 때는 두 줄을 따로 보는 편이 좋다. 영업현금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였는지, 그리고 투자가 상각비보다 많았는지 적었는지. 영업현금이 줄었는데도 투자가 상각비를 크게 넘는다면 회사가 의도적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영업현금도 줄고 투자도 상각비 아래로 내려갔다면 방어 모드에 가깝다. 같은 마이너스 FCF라도 전혀 다른 이야기다.
다른 회사의 FCF를 볼 때도 같은 틀을 쓸 수 있다. 먼저 회사나 증권사가 FCF를 어떻게 정의했는지 확인하고, 이 글처럼 개선분을 영업현금 변화와 투자 변화로 쪼갠다. 영업현금이 늘어서 좋아진 FCF는 사업이 실제로 돈을 더 벌고 있다는 뜻이라 반복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투자를 줄여서 좋아진 FCF는 당장은 현금이 남지만 미래 성장을 위한 지출을 미룬 것일 수도 있다. 같은 금액의 개선이라도 출처에 따라 다음 해 기대치가 달라진다. 삼성전자 2024년은 앞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점에서 질이 좋은 개선이었다. 다만 그 바탕인 메모리 업황은 해마다 크게 출렁이니, 2024년 수준이 계속된다고 가정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FCF가 크게 좋아진 해일수록 그 바탕이 다음 해에도 유지될지를 먼저 물어보는 게 좋다.
출처
- 삼성전자 2024년 사업보고서 · DART 접수번호 20250311001085
- 공식 연결 감사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