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ITDA만 보면 놓치는 것

EBITDA처럼 영업이익에 감가상각비를 더한 숫자는 "이 회사가 현금을 얼마나 버나"를 말할 때 자주 쓰인다. 삼성전자 2023년과 2024년으로 비슷한 지표를 만들어 영업현금흐름과 비교해 보면 두 해 모두 97% 안팎이다. 꽤 안정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설비와 무형자산에 실제로 쓴 돈을 빼면 2023년은 마이너스, 2024년은 플러스로 갈라진다. 상각 전 이익만 보고 있었다면 이 차이를 놓쳤을 것이다.

지표 만들기

지표 만들기 · 표 1
항목, 백만원 2023년 2024년
영업이익 6,566,976 32,725,961
현금흐름 주석 감가상각비 35,532,411 39,649,982
현금흐름 주석 무형자산상각비 3,134,148 2,980,840
연구용 상각 전 대리지표 45,233,535 75,356,783
영업현금흐름 44,137,427 72,982,621

영업이익에 현금흐름 주석의 감가상각비와 무형자산상각비를 더했다. 회사가 공시한 EBITDA나 대출 약정의 EBITDA와는 다를 수 있어서 '상각 전 대리지표'라고 불렀다. 손상차손이나 일회성 비용은 넣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상각비 규모가 엄청나다. 2023년 영업이익은 6조6천억원인데 상각비가 38조7천억원이다. 상각 전 지표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15%도 안 된다. 그래서 2024년 영업이익이 398% 늘었어도 상각 전 지표는 67% 늘었다.

비율은 거의 같다

비율은 거의 같다 · 표 2
비교 지표 2023년 2024년
영업현금/대리지표 97.5768% 96.8494%
영업현금−대리지표, 백만원 -1,096,108 -2,374,162
유형·무형 취득 후 현금/대리지표 -36.2491% 25.5332%

영업현금은 두 해 모두 상각 전 지표의 97% 정도다. 이 숫자만 보면 상각 전 이익이 거의 그대로 현금이 되는 회사처럼 보인다.

다만 이 비율은 운전자본, 이자, 세금 같은 여러 항목이 서로 상쇄된 결과다. 우연히 같은 비율이 나왔을 수도 있다. 금액으로 보면 차이가 1조1천억원에서 2조4천억원으로 두 배 넘게 벌어졌다.

투자를 빼면

마지막 줄이 핵심이다. 유형·무형자산 취득에 쓴 현금을 빼면 2023년은 상각 전 지표의 -36%, 2024년은 +26%다. 같은 97%에서 출발했는데 투자를 치르고 나니 방향이 정반대가 됐다.

나는 이게 상각 전 지표의 가장 큰 맹점이라고 본다. 감가상각비를 더하는 이유는 "현금이 안 나간 비용이니까"다. 그런데 그 자산을 사느라 실제로 돈이 나간 해가 따로 있다. 상각비는 과거에 산 설비의 비용을 나눠 얹은 것이고, 취득 현금은 그해 실제로 나간 돈이다. 둘이 같을 이유가 없다. 반도체처럼 몇 년마다 대규모 투자를 몰아서 하는 산업에서는 그 차이가 특히 크다.

2023년 삼성전자는 불황 속에서도 설비투자를 60조원 넘게 유지했다. 상각비 38조7천억원보다 22조원가량 많다. 2024년엔 투자가 조금 줄고 영업현금이 늘어서 플러스로 돌아섰다.

상각 전 이익을 봤다면

상각 전 이익과 영업현금이 가깝다는 사실은 재투자 후 남는 현금까지 보장해 주지 않는다. 상각 전 지표를 보면 바로 아래 줄, 설비와 무형자산에 실제로 얼마를 썼는지까지 내려가 보는 편이 낫다. 회사의 진짜 현금 여력은 거기서 갈린다.

다른 회사와 비교할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자산을 직접 사는 회사와 리스로 빌려 쓰는 회사는 상각 전 지표의 구성이 다르다. 리스 원금 상환은 영업현금에 들어가지 않으니, 그걸 빠뜨리면 리스 쓰는 회사의 부담이 비교에서 사라진다.

투자를 상각비로 나눠 보면

상각 전 지표의 맹점을 보완해 주는 간단한 숫자가 있다. 그해 설비와 무형자산 취득에 쓴 현금을 상각비로 나눈 값이다. 1보다 크면 깎여 나가는 자산보다 새로 들이는 자산이 많다는 뜻이고, 1보다 작으면 그 반대다.

삼성전자는 2023년 유형·무형자산 취득 60조5,342억원을 상각비 합계 38조6,666억원으로 나누면 약 1.57배다. 2024년은 53조7,416억원을 42조6,308억원으로 나눠 약 1.26배다. 두 해 모두 1을 넘으니 자산을 계속 키우는 중이고, 2024년에는 그 속도가 조금 줄었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상각 전 이익과 실제로 남는 현금 사이의 간격이 벌어진다. 2023년에 상각 전 지표와 투자 후 현금의 방향이 정반대였던 것도 이 비율이 1.5배를 넘었기 때문이다. 상각 전 이익을 쓰는 분석이라면 이 비율 하나만 옆에 적어 둬도 해석이 안전해진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처럼 투자 주기가 뚜렷한 업종에서는 더욱 그렇다. 몇 년 치를 이어 보면 회사가 투자를 몰아서 하는 시기와 거둬들이는 시기가 비율의 높낮이로 그대로 드러난다.

물론 이 비율이 1보다 높다고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투자한 설비가 몇 년 뒤 매출과 영업현금을 키워 준다면 그 시기의 마이너스 FCF는 정당한 대가다. 비율은 회사가 지금 어느 국면에 있는지를 알려 줄 뿐, 그 투자가 성공할지는 알려 주지 않는다.

출처

원문 링크

목차
  1. 지표 만들기
  2. 비율은 거의 같다
  3. 투자를 빼면
  4. 상각 전 이익을 봤다면
  5. 투자를 상각비로 나눠 보면
  6.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