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을 보수적으로 보겠다며 사용제한 예치금을 현금에서 빼는 분석을 종종 본다. 방향은 이해가 간다. 그런데 그 돈이 애초에 현금 계정에 들어 있지 않았다면 없는 돈을 한 번 더 빼는 셈이 된다. 포스코퓨처엠 2023년 공시가 딱 그런 경우다.
제한 자금은 어디에 있었나
2023년 말 포스코퓨처엠의 사용제한 금액은 3억220만원이다. 기업은행에 맡긴 정부수탁과제 관련 예치금이다. 연결 주석 11을 보면 이 돈은 '기타유동금융자산'의 예치금에 들어 있다. 현금및현금성자산이 아니다.
| 항목, 천원 | 2022년 말 | 2023년 말 |
|---|---|---|
| 현금및현금성자산 | 281,380,444 | 389,579,199 |
| 기타유동금융자산 중 단기금융상품 | 28,161,744 | 13,566,389 |
| 기타유동금융자산 중 예치금 | 801,041 | 338,070 |
| 위 세 항목의 합계 | 310,343,229 | 403,483,658 |
헷갈리기 쉬운 부분이 있다. 현금및현금성자산 주석에도 '정기예금' 331억원이 나온다. 만기가 짧아 현금성자산으로 분류된 예금이다. 이름이 비슷하다고 기타유동금융자산의 예치금과 같은 계정으로 보면 안 된다. 주석 7, 8, 11을 같이 펴 놓고 봐야 이 함정을 피할 수 있다.
무엇이 묶여 있었나
| 제한 항목, 천원 | 2022년 말 | 2023년 말 |
|---|---|---|
| 정부수탁과제 관련 예치금 | 797,583 | 302,204 |
| 계약이행보증 관련 단기금융상품 | 1,100,000 | 0 |
| 공시된 제한금액 합계 | 1,897,583 | 302,204 |
2022년 말에는 정부수탁과제 예치금 8억원과 계약이행보증 단기금융상품 11억원이 묶여 있었다. 2023년 말에는 정부과제 예치금 3억원만 남았다. 1년 새 제한 금액이 16억원 줄었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줄었는지는 공시에 나오지 않는다.
어디서 빼야 하나
| 연구용 계산 | 2022년 말 | 2023년 말 |
|---|---|---|
| 선택 자산 합계, 천원 | 310,343,229 | 403,483,658 |
| 제한액 차감 후, 천원 | 308,445,646 | 403,181,454 |
| 제한액/선택 자산 합계 | 0.6114% | 0.0749% |
원칙은 간단하다. 더한 곳에서 빼야 한다.
현금, 단기금융상품, 예치금을 다 더한 묶음을 쓴다면 거기서 제한액 3억원을 빼는 게 맞다. 결과는 4,032억원이다. 반대로 현금및현금성자산 3,896억원만 쓰는 분석이라면 제한액을 뺄 이유가 없다. 그 돈은 거기 들어 있지 않으니까.
현금 3,896억원에서 3억원을 빼 '가용 현금'이라고 내놓으면 보수적으로 계산한 게 아니라 그냥 틀린 계산이다. 이번엔 금액이 작아서 결론에 큰 영향이 없지만, 제한 금액이 큰 회사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비중은 분모에 따라
제한액은 예치금 계정 3억3,807만원 가운데 3억220만원이다. 예치금만 보면 90%가 묶여 있다. 그런데 현금과 금융상품까지 합친 묶음에서 보면 0.07%다. 둘 다 사실이다. 제한이 심각하다고 말할지 미미하다고 말할지는 분모를 무엇으로 고르느냐에 달렸다.
포스코퓨처엠의 경우 결론은 분명하다. 제한 금액은 유동성 판단에 거의 영향이 없는 규모다. 이 사례가 쓸모 있는 건 금액이 아니라 순서 때문이다. 제한 금액을 찾았으면 그 돈이 어느 계정에 있는지 먼저 확인하고, 그 계정을 분자에 넣었을 때만 뺀다. 그리고 제한이 없다고 그 돈을 당장 쓸 수 있다는 뜻도 아니다. 만기와 중도해지 조건은 따로 봐야 한다.
사용제한은 어떤 이유로 생기나
공시에 나오는 사용제한 자금은 대체로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포스코퓨처엠의 정부수탁과제 예치금처럼 정부 연구과제 지원금을 정해진 용도로만 쓰도록 따로 관리하는 돈, 2022년에 있던 계약이행보증 단기금융상품처럼 거래 상대방에게 약속을 지키겠다는 표시로 맡겨 둔 돈, 그리고 대출 약정상 일정 금액을 계좌에 남겨 두도록 한 돈 같은 것들이다.
성격이 다르니 풀리는 방식도 다르다. 연구과제 자금은 과제가 끝나 정산되면, 이행보증 예금은 계약 의무가 끝나면 제한이 풀리는 게 일반적이다. 대출 관련 예치금은 대출을 갚아야 풀리는 경우가 많다. 제한 자금이 큰 회사를 볼 때는 금액보다 사유를 먼저 읽는 게 안전하다. 사유를 알면 언제쯤 풀릴지 대략 가늠할 수 있다.
포스코퓨처엠의 2023년 말 제한 금액 3억원은 현금의 0.1%도 안 된다. 이 회사에서는 사실상 무시해도 되는 규모다. 반면 분양 대금을 별도 계좌에 묶어 두는 건설사나 담보 예금이 많은 회사는 제한 자금이 현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도 한다. 그런 회사라면 이 글의 계산 순서가 결론 자체를 바꿀 수 있다.
하나 덧붙이면, 사용제한 금액이 어느 주석에 나오는지는 회사마다 다르다. 어떤 회사는 현금 주석에 '사용이 제한된 금융상품' 표를 따로 두고, 어떤 회사는 금융자산 주석 안에 섞어 둔다. 포스코퓨처엠처럼 한 주석에 금액과 사유를, 다른 주석에 계정 위치를 나눠 적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사용제한'이라는 단어로 문서 전체를 검색해 보고, 나온 금액이 어느 계정에 속하는지 하나씩 짝을 맞추는 게 가장 확실하다. 번거롭지만 이 짝 맞추기를 건너뛰면 이 글에서 본 이중 차감이 그대로 생긴다.
출처
- 포스코퓨처엠 정정 사업보고서 · DART 접수번호 20240326000383
- 회사 공식 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