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이 빠르게 늘면 받을 돈도 같이 는다. 문제는 속도다. 포스코퓨처엠의 2023년 매출은 44% 늘었는데 매출채권은 163% 늘었다. 매출보다 거의 네 배 빠르다. 주석의 연체 구간 표까지 펼쳐 보니 성장률만으로는 안 보이던 변화가 하나 더 있었다.
성장 속도
| 지표 | 2022년 | 2023년 |
|---|---|---|
| 매출액, 원 | 3,301,915,805,063 | 4,759,871,486,264 |
| 매출채권, 천원 | 288,251,215 | 758,049,903 |
| 기말 채권/연매출×365 | 31.8638일 | 58.1293일 |
| 전년 대비 매출 성장률 | — | 44.1548% |
| 전년 대비 매출채권 성장률 | — | 162.9824% |
2024년 3월 정정 사업보고서의 연결 손익계산서와 주석 9다. 매출은 원 단위, 채권은 천원 단위라 일수를 계산하기 전에 단위를 맞췄다.
매출채권은 2,883억원에서 7,580억원으로 4,698억원 늘었다. 연매출 대비 기말 채권을 일수로 바꾸면 32일에서 58일이 됐다. 다만 이건 연말 하루의 잔액으로 계산한 값이라 "고객이 평균 26일 늦게 돈을 냈다"고 옮기면 과장이다. 연말에 매출이 몰렸다면 그 영향도 섞인다.
연체 구간 표
| 주석의 채권 구분, 천원 | 2022년 말 | 2023년 말 |
|---|---|---|
| 연체되지 않은 채권 | 286,677,364 | 720,621,945 |
| 연체됐으나 손상되지 않은 채권: 1개월 이하 | 1,488,854 | 37,427,958 |
| 연체됐으나 손상되지 않은 채권: 3개월 이하 | 84,997 | 공란 |
| 연체 소계 | 1,573,851 | 37,427,958 |
| 총 매출채권 | 288,251,215 | 758,049,903 |
| 연체 소계/총 매출채권 | 0.5460% | 4.9374% |
연체 금액은 16억원에서 374억원으로 늘었다. 증가율로 쓰면 2,000%가 넘어서 무섭게 보이지만 전년 기저가 워낙 작았다. 그래서 비중으로 봤다. 총채권 대비 0.5%에서 4.9%로 올랐다. 채권이 커지면서 연체도 덩달아 커진 게 아니라 비중 자체가 열 배 가까이 높아졌다.
내가 이 사례에서 가장 눈여겨본 게 이 부분이다. 채권 증가를 "매출이 늘었으니 당연하다"로만 설명하면 연체 비중의 변화를 놓친다.
그래도 과하게 읽을 필요는 없다
2023년 연체액은 전부 1개월 이하 구간에 있다. 3개월 이하 칸은 비어 있다. 결제일을 며칠 넘긴 채권이 연말에 걸려 있었다는 정도이고, 장기 연체가 쌓였다는 근거는 없다.
회사는 이 채권들을 '연체됐으나 손상되지 않은 채권'으로 분류했고, 2023년 중 매출채권 손실충당금 변동이 없었다고 적었다. 연체는 약속한 날이 지났다는 상태이고, 손상은 못 받을 가능성을 따로 판단한 결과다. 둘은 다르다.
이 숫자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2023년 포스코퓨처엠은 매출 성장보다 채권과 단기 연체가 더 빠르게 늘었다. 양극재 같은 배터리 소재는 대체로 소수의 대형 고객사에 납품하는 구조라 고객사 결제 일정이 조금만 밀려도 채권과 연체 숫자가 크게 움직일 수 있다. 그래서 이 숫자를 부실 신호로 단정하기보다는 다음 해 공시에서 이 채권이 실제로 다 들어왔는지 확인할 이유로 보는 게 적당하다.
현금흐름표의 매출채권 조정액은 -4,818억원으로, 잔액 증가 4,698억원과 120억원 정도 차이가 난다. 환산 같은 비현금 변동이 섞였을 수 있지만 공시만으로 원인을 나눌 수는 없었다.
채권이 현금에 남긴 흔적
이 채권 증가는 그해 현금흐름에 그대로 드러난다. 2023년 포스코퓨처엠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4,448억원이었는데, 매출채권 조정액만 -4,818억원이었다. 매출채권 하나가 영업현금 적자 전체보다 컸다. 회사는 순이익 흑자를 내고도 영업에서 현금이 빠져나갔고, 그 빈자리는 회사채와 차입으로 메웠다.
이 회사의 채권 문제는 신용위험보다 자금 조달 문제와 더 가깝다. 받을 돈이 늦게 들어올수록 그동안 다른 데서 돈을 빌려야 하고, 빌린 돈에는 이자가 붙는다. 연체 비중 4.9%가 손실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채권이 오래 묶여 있는 것만으로 비용이 생긴다.
2024년 보고서에서 이 채권들이 어떻게 됐는지가 이 이야기의 결말이다. 매출채권이 매출보다 천천히 늘고 영업현금이 플러스로 돌아섰다면, 2023년의 채권 급증은 급성장기에 잠깐 생긴 일로 정리해도 된다. 반대로 1개월 이하였던 연체가 3개월, 6개월 구간으로 넘어가 있다면 그때부터는 거래처별 사정을 따로 파고들어야 한다. 나라면 연령표부터 펴 볼 것 같다.
다른 회사에 이 방법을 쓴다면 연체 비중의 기준선을 정해 두는 게 도움이 된다. 매출채권 연령표를 몇 년 치 모아 보면 그 회사의 평소 연체 비중이 보인다. 포스코퓨처엠은 2022년 0.5%에서 2023년 4.9%가 됐는데, 이게 평소 수준을 크게 벗어난 것인지 판단하려면 그 이전 해들의 숫자가 있어야 한다. 같은 업종 회사와 비교하는 것도 방법이다. 비슷한 소재 회사들의 연체 비중이 함께 올랐다면 업계 전반의 결제 관행 변화일 수 있고, 이 회사만 튀었다면 거래처나 계약 조건을 따로 의심해 볼 근거가 된다. 연령표 한 장을 여러 해, 여러 회사로 넓혀 보는 것만으로도 숫자의 의미가 훨씬 분명해진다.
출처
- 포스코퓨처엠 정정 사업보고서 · DART 접수번호 20240326000383
- 회사 공식 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