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을 얼마나 여유 있게 감당하는지 보려고 잉여현금흐름(FCF)을 배당금으로 나누는 계산을 많이 한다. 그런데 그 회사가 같은 해 자사주도 샀다면 어떨까. 분모에서 자사주를 빼먹으면 주주환원 부담이 실제보다 가볍게 보인다.
삼성전자는 2024년에 배당으로 10조9천억원, 자사주 매입으로 1조8천억원을 썼다.
지급 후 남은 돈
| 항목, 백만원 | 2023년 | 2024년 |
|---|---|---|
| 연구상 FCF | -16,396,740 | 19,240,982 |
| 배당금 지급 | 9,864,474 | 10,888,749 |
| 자기주식 취득 현금 | 0 | 1,811,775 |
| 두 지급의 합계 | 9,864,474 | 12,700,524 |
| FCF−배당 지급 | -26,261,214 | 8,352,233 |
| FCF−배당−자기주식 취득 | -26,261,214 | 6,540,458 |
FCF는 영업현금흐름에서 유형·무형자산 취득에 쓴 돈을 뺀 값이다. 배당과 자사주는 연결 현금흐름표에 실제로 찍힌 지급액이다.
2024년 FCF 19조2천억원에서 배당을 빼면 8조4천억원, 자사주까지 빼면 6조5천억원이 남는다. 1조8천억원 차이다.
커버리지
| 2024년 정의 | 계산 결과 |
|---|---|
| FCF/배당 현금 | 1.7671배 |
| FCF/(배당+자기주식 취득 현금) | 1.5150배 |
| FCF−배당 | 8,352,233백만원 |
| FCF−배당−자기주식 취득 | 6,540,458백만원 |
배당만 보면 FCF가 배당의 1.77배, 자사주까지 넣으면 1.51배다. 어느 쪽이든 2024년엔 번 돈으로 주주환원을 감당했다. 여기에 리스 원금 상환 1조2천억원까지 빼면 남는 돈은 5조4천억원이 된다.
최근 몇 년 사이 자사주 매입이 주주환원의 큰 축이 된 회사가 많다. 배당 커버리지만 보면 그림의 절반만 보는 셈이다. 주주환원 여력을 말하는 자료를 보면 분모에 자사주가 들어갔는지부터 확인하는 게 좋다.
2023년은 빌린 돈으로 배당했나
2023년은 FCF부터 -16조4천억원이었다. 배당 9조9천억원을 빼면 -26조3천억원이다. 이 마이너스를 배당 때문이라고 하면 틀린다. 배당을 하기 전에 이미 설비투자가 영업현금보다 16조원 넘게 많았다.
그래도 배당은 그대로 나갔다. 그 돈은 연초에 쌓아 둔 현금과 금융자산, 또는 차입 같은 다른 자금원에서 나왔다. 돈에는 꼬리표가 없어서 특정 배당이 어느 돈으로 지급됐는지 추적할 수는 없다. 다만 삼성전자 정도로 현금과 금융상품을 많이 쌓아 둔 회사라면, 한 해 FCF가 마이너스여도 배당을 유지할 여력이 있다는 걸 2023년이 보여 준다.
2023년 배당 커버리지를 계산하면 -1.66배가 나온다. 배당이 마이너스로 나갔다는 뜻이 아니다. 분자가 음수일 때는 배수 대신 금액을 그대로 보는 게 덜 헷갈린다.
한 해 숫자로 내년을 말할 수는 없다
2024년 커버리지가 1.5배를 넘었다고 "내년 배당도 안전하다"로 읽으면 곤란하다. 메모리 업황, 설비투자 규모, 환율이 해마다 바뀐다. 2023년과 2024년 FCF 차이가 35조원이었다는 것 자체가 이 숫자가 얼마나 출렁이는지 보여 준다.
연결 현금흐름표의 배당 지급은 모회사 주당배당금에 주식 수를 곱한 값과 시점이나 범위가 다를 수 있다. 자사주도 발표한 매입 계획 금액이 아니라 그해 실제로 나간 돈만 넣었다.
배당과 자사주는 무게가 다르다
같은 주주환원이라도 배당과 자사주 매입은 회사 입장에서 무게가 다르다. 배당은 한 번 올리면 다음 해에 줄이기 어렵다. 주주들이 해마다 받을 돈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자사주 매입은 상황에 따라 규모를 조절하기 쉽다. 돈이 넉넉한 해에는 많이 사고, 빠듯한 해에는 건너뛸 수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23년 자사주 취득이 0이었고 2024년에 1조8천억원을 샀다.
그래서 두 커버리지는 묻는 게 조금 다르다. 배당만 넣은 1.77배는 "해마다 고정적으로 나갈 돈을 얼마나 여유 있게 감당하나"에 가깝고, 자사주까지 넣은 1.51배는 "그해 주주에게 돌려준 돈 전체를 감당했나"에 가깝다. 배당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가 궁금하다면 앞의 숫자를, 그해 주주환원이 과했는지가 궁금하다면 뒤의 숫자를 보는 게 맞다.
FCF가 마이너스였던 2023년에도 배당은 유지되고 자사주는 아예 없었다는 사실이 이 차이를 그대로 보여 준다. 업황이 나쁜 해에 회사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미루는지가 이 두 줄에 드러난다.
이 구분은 다른 회사의 주주환원을 볼 때도 쓸모가 있다. 배당을 꾸준히 늘리는 회사라면 FCF 대비 배당 비율이 해마다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중요하다. 이 비율이 계속 높아지면 언젠가는 배당 증가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 자사주 매입을 주로 쓰는 회사라면 FCF가 줄어든 해에 매입 규모가 얼마나 빨리 줄어드는지를 보면 된다. 그 반응 속도에서 회사가 주주환원을 얼마나 유연하게 운영하는지가 드러난다. 삼성전자의 2023년과 2024년은 그 유연성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 준 두 해였다.
출처
- 삼성전자 2024년 사업보고서 · DART 접수번호 20250311001085
- 공식 연결 감사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