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삼성전자에게 힘든 해였다. 매출은 14% 줄고 영업이익은 85% 빠졌다. 43조4천억원이던 영업이익이 6조6천억원이 됐다. 그런데 영업현금흐름은 62조2천억원에서 44조1천억원으로 29% 줄어드는 데 그쳤다.
흔히 "감가상각이 커서 그렇다"고 설명한다. 현금흐름표를 항목별로 쪼개 보니 그보다 더 큰 이유들이 있었다.
세 숫자의 감소율
| 지표 | 2022년 | 2023년 | 증감률 |
|---|---|---|---|
| 매출액 | 302,231,360 | 258,935,494 | -14.3254% |
| 영업이익 | 43,376,630 | 6,566,976 | -84.8606% |
| 영업현금흐름 | 62,181,346 | 44,137,427 | -29.0182% |
| 영업이익/매출 | 14.3521% | 2.5361% | — |
| 영업현금/매출 | 20.5741% | 17.0457% | — |
영업이익률은 14.4%에서 2.5%로 무너졌는데 영업현금 마진은 20.6%에서 17.0%로 조금 내려가는 데 그쳤다. 영업현금이 18조원 줄었으니 약해진 건 맞다. 그래도 이익 감소에 비하면 덜 줄었다.
18조원 감소를 일곱 조각으로
| 현금흐름 연결항목의 2023년−2022년 변화 | 백만원 |
|---|---|
| 당기순이익 감소 | -40,166,977 |
| 조정항목 증가 | +3,446,095 |
| 영업자산·부채 순유출 축소 | +11,540,203 |
| 이자 수취 증가 | +2,649,215 |
| 이자 지급 증가 | -130,148 |
| 배당 수입 감소 | -260,252 |
| 법인세 납부액 감소 | +4,877,945 |
| 합계: 영업현금 변화 | -18,043,919 |
순이익이 40조2천억원 줄었는데 영업현금은 18조원만 줄었다. 그 사이 22조원을 다른 항목들이 메웠다.
가장 큰 건 영업자산·부채 변동이다. 11조5천억원. 감가상각 같은 조정항목 증가는 3조4천억원에 불과하다. "감가상각 덕분"이라는 설명은 이 표에서 셋째 순위다.
법인세가 둘째다. 2022년엔 11조5천억원을 냈는데 2023년엔 6조6천억원을 냈다. 4조9천억원 덜 냈다.
이자 수취도 2조6천억원 늘었다. 금리가 오르던 시기라 쌓아 둔 금융자산의 이자가 늘었을 가능성이 크지만, 공시만으로 원인을 나눌 수는 없다. 어느 쪽이든 반도체를 팔아서 번 돈과는 성격이 다르다. 2023년 영업현금을 읽을 때 의외로 중요한 조각이라고 생각한다.
'덜 나간 것'과 '들어온 것'
영업자산·부채 +11조5천억원을 보고 2023년에 운전자본이 현금을 벌어다 줬다고 읽으면 틀린다. 이 항목은 2022년 -17조원, 2023년 -5조5천억원으로 두 해 모두 마이너스다. 돈이 나가긴 했는데 덜 나갔을 뿐이다. 변화량이 플러스라서 그렇게 보인다.
법인세도 같다. 두 해 모두 세금을 냈고 2023년에 덜 냈다. 돌려받은 게 아니다.
다음 해에도 반복될까
불황기에 운전자본 유출이 줄어드는 건 흔한 일이다. 매출이 줄면 받을 돈도 덜 늘고, 생산을 줄이면 재고도 덜 쌓인다. 하지만 이건 업황이 나빠서 생긴 완충이지 실력이 아니다. 업황이 살아나면 반대로 운전자본이 다시 현금을 빨아들인다. 세금 납부액도 실적이 회복되면 다시 늘어난다.
2023년 삼성전자의 44조원은 "이익이 무너져도 현금은 버텼다"보다 "불황이 만든 일시적 완충과 세금·이자 같은 항목이 현금을 받쳐 줬다"로 읽는 게 정확하다고 본다. 투자활동은 이 표에 없다. 2023년에 설비투자로 60조원 넘게 나간 걸 생각하면 영업현금 44조원으로는 모자랐다.
불황기 현금흐름을 볼 때는 현금이 남았느냐보다 무엇 덕분에 남았느냐를 물어야 한다. 그 이유가 다음 해에도 반복될 수 있는지가 진짜 질문이다.
그 다음 해에는 어땠나
2024년 숫자를 이어 붙이면 이 해석을 일부 확인할 수 있다. 2024년 영업자산·부채 변동은 -1조5,676억원으로, 2023년 -5조4,587억원보다 유출이 더 줄었다. 업황이 살아나면 운전자본이 다시 현금을 빨아들일 거라고 했는데, 적어도 2024년 연간 숫자에서는 그 모습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연말에 매출채권이 늘었지만 다른 항목들이 상쇄했다.
법인세 납부액은 2024년 6조4,500억원으로 2023년 6조6,210억원과 비슷했다. 이익이 크게 회복된 2024년 실적에 대한 세금은 그 이후 납부액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2024년 영업현금 28조8천억원 증가는 2023년과 달리 주로 순이익 회복에서 나왔다. 순이익이 1년 새 19조원 늘었다. 2023년에는 완충 항목들이 현금을 받쳤고 2024년에는 이익이 직접 현금을 끌어올렸다. 같은 회사의 영업현금이라도 해마다 무엇이 받치고 있는지가 다르다. 그 구성이 바뀌는 걸 따라가는 편이 영업현금 총액 하나를 보는 것보다 훨씬 많은 걸 알려 준다.
불황기와 회복기의 영업현금을 이렇게 나눠 보면 다음 불황 때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도 어느 정도 감이 온다. 이익이 크게 줄어도 운전자본과 세금이 일부를 받쳐 준다는 걸 2023년이 보여 줬다. 다만 그 완충의 크기는 직전 해에 운전자본이 얼마나 늘어 있었는지, 세금을 얼마나 냈는지에 따라 매번 달라진다.
출처
- 삼성전자 2024 사업보고서 · DART 접수번호 20250311001085
- 2023년 공식 연결 감사보고서